<리뷰 & 벤치마킹>온라인 바둑 프로그램 3종

 흔히 우리나라 바둑 인구를 600만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의 10%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바둑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바둑의 대중화를 일궈낸 일등공신은 PC통신과 인터넷이다. 요즘은 PC통신의 약세로 PC통신 바둑이 상당히 줄었지만 그 자리를 인터넷 바둑이 채우고 있다. 다양한 인터넷 접속 환경과 인터넷 속도의 향상에 발맞춰 여러 사이트에서 인터넷 바둑 대국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특히 바둑 대국 및 정보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바둑 사이트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벤치마킹에서는 바쁜 일상 때문에 기원에 가는 시간조차 내기 힘든 바둑 애호가와, 관심은 있으나 마땅히 배울 만한 곳을 찾지 못한 사람을 위해 인터넷 바둑 프로그램을 비교해본다. 인터넷 바둑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내게 맞는 사이버 바둑판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도다.

 아무래도 바둑을 이용하는 층이 기성세대인지라, 이들을 웹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친숙한 바둑판 인터페이스와 기보 저장 등 웹의 장점을 어떻게 조합했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비교 대상 프로그램은 모두 바둑이라는 게임을 전제로 하고 있고 프로그램 자체의 장단점 차이는 크지 않다. 따라서 단순한 전용 브라우저의 비교보다는 바둑과 웹, 게임이라는 각 구성요소가 얼마나 균형을 이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전반적인 단점을 지적한다면 콘텐츠의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바둑의 인기를 감안했을 때 콘텐츠의 질이 떨어진다. 대기방이나 대국자의 수로만 경쟁할 것이 아니라 대국 서비스 못지않게 한차원 높은 양질의 전문 콘텐츠를 기대한다.

 네오스톤은 사용자들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만큼 서비스가 활성화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초급·중급·고수·속기 등 기력에 맞는 다양한 방 개설로 초급자부터 고급자에 이르기까지 연령별·수준별 층을 만족시켜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이 돋보인다. 이는 수십개의 바둑 동호회, 연령별 대화방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가끔 대기실이 시끄러울 정도로 사용자들이 북적거리는데, 이는 나의 바둑 실력을 여러 사람과 겨룰 수 있는 이점이 될 수 있다. 또한 관련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다양한 수준의 바둑을 즐길 수 있어 보이지 않는 흡인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 인터페이스가 단순하다는 점도 끊임없는 사용자 접속을 유도한다.

 하지만 왕성한 커뮤니티의 규모에 비해, 많은 이용자를 하나의 구심점으로 묶을 수 있는 실질적인 커뮤니티 부가기능은 초라하다.

 사용자수에서는 다소 밀리더라도 사이버바둑의 전용 브라우저 인터페이스와 랭킹 시스템은 현재의 대부분 인터넷 대국 프로그램에서 모방할 만큼 바둑 전용 브라우저의 표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세가지 제품 가운데 제일 편안한 느낌의 아기자기한 인터페이스는 마치 채팅 브라우저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사이버바둑의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한국기원이 지금껏 보유한 대회별 기보를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풍부한 기보 내력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보유하지 못하는 고급 정보다. 이러한 고급 기보 정보는 고수들에게, 정석·행마·사활 등의 바둑 강좌는 초보자들의 기력을 향상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어서 양 진영을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로 기력측정 부가 서비스가 있다.

 이러한 기보에서의 강점은 프로그램에서도 그대로 반영돼 다른 제품에 비해 대국자 기보 보기 기능에서도 앞선다. 또한 기보를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프로그램에 잘 녹아있다.

 오로2000은 프로그램 창의 디자인과 색상이 독특한 편이어서 처음 접하는 사용자들은 ‘방 만들기’ 버튼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후에 원하는 기능만으로 쉽게 사용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사용자 취향을 반영한 바둑판 선택, 개인 환경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세부 옵션, 동호회 등의 커뮤니티 요소를 두루 갖췄다. 특히 확장된 매크로 기능이 일품이고, 다중 창 구성으로 전체 큰 프로그램 창에서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는 자체 브라우저와 대국자간의 대화 창을 강조한 디자인이 특이하다.

 그러나 오로2000은 프로그램의 안정성에 문제가 심각해 이러한 장점이 무색하다. 일단 브라우저가 시스템 자원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가끔 발생하는 프로그램 에러 메시지는 대국에 몰두하는 바둑 마니아의 미움을 살 만하다.

 운용체계와 브라우저의 버전을 가리지 않고 이같은 에러가 빈번히 나타나 정상적인 대국을 방해한다. 프로그램 자체가 브라우저 역할을 하다보니,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연동되는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루 빨리 오류를 수정한 개선판이 기다려진다.

 

 

 <제품 리뷰>

 

 오로2000(http://www.orozone.com)

 

 이미 통신이 유행하던 때부터 알려진 오로 바둑은 서비스 초기부터 온라인 바둑 서비스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개발사는 지난해 중순 오로넷으로 사명을 바꾸고 오로2000을 발표한 후 지금까지 꾸준히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전용 브라우저의 버그로 그 진가를 확실히 밝힐 수 있는 길이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자체 브라우저의 성격을 닮은 멀티 창과 맞수·상수·하수 등으로 정렬해서 볼 수 있는 대국실 등은 오로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홈페이지는 바둑 이야기, 바둑 클리닉, 어린이 바둑 교실 등 비교적 다른 제작사에 비해 다양한 바둑 콘텐츠를 보유한 편이다. 사이버바둑의 강좌가 전용 프로그램에서 실행된다면 오로2000의 바둑 교실은 홈페이지 안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점이 다르다.

 오로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의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 미국과 일본의 클릭투아시아에도 바둑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오로2000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과 바둑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네오스톤(http://www.neostone.co.kr)

 지난 98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네오스톤3.1까지 선보였다. 국내 최대의 접속자수를 자랑하고 잠재적인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동시접속자수 1000명 돌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각종 동호회 활동이 부산하고, 중국·일본·한국 3개국 동시 대국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일대일 채팅, 우체통으로 회원간 메일 전송, 서비스 접속시 새 메일 알림 메뉴 등은 네오스톤 애용자들을 위한 부가 서비스이자 사이버 바둑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도구다. 한편으로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제공하는 매크로 기능이 빠져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매크로와 채팅, 파일 전송 등 커뮤니티 관련 메뉴 보강과 홈페이지에서의 바둑 전문 콘텐츠를 추가한다면 단순한 온라인 바둑게임 사이트를 넘어 바둑 커뮤니티 전문 사이트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바둑 이외에 앞으로 묘수풀이, 바둑교실, 음성/영상 바둑 대국도 지원할 계획이라 한다.

 네오스톤의 초기 페이지에서는 광고나 홍보를 위해 뜨는 작은 브라우저 창을 다시 뜨지 않도록 하는 버튼이 없어 불편을 준다.

 

 사이버바둑(http://www.cyberkiwon.com)

 

 사이버바둑은 한국 바둑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한국기원과 한국전산원이 함께 만든 바둑 프로그램이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현재 2.01 버전까지 나왔으며 세가지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산뜻한 디자인을 지녔다. 일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메뉴를 도입해 전용 브라우저 이미지보다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분이다.

 대국은 전용 브라우저에서만 할 수 있지만 그 출발은 사이트 로그인을 해야만 하는 특이한 접속 방식이다. 홈페이지에 실린 콘텐츠는 다소 대회 소개 중심으로 흐르고 있어, 초보자를 위한 바둑 교실이나 바둑의 기원, 묘수 풀이 등 한국 바둑 중심으로의 콘텐츠 발굴에도 신경을 썼으면 한다.

 잘 짜여진 기보 정보와 기력 측정, 단급 인정 등의 부가 서비스는 다른 프로그램에는 없는 사이버바둑만의 장점이다. 또 생중계 서비스는 현재 열리고 있는 대국을 모니터 앞에서 현실감 있게 관전할 수 있다. 비록 생중계 서비스를 위한 전용 프로그램을 또 설치해야 하는 부담감은 있지만 바둑 애호가라면 한번쯤은 이용해볼 만한 서비스다.

 

 <분석=김성열 shavel@bomul.com 김선준 aspens@bom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