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반도체는 전세계적으로도 개발 초기단계에 있는 분야인 만큼 처음부터 산·학·연이 힘을 모은다면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20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오길록)이 주최한 ‘제1회 유기 반도체 워크숍’에 참가한 산·학·연의 전문가들은 흩어진 연구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상용화를 앞둔 유기EL의 연구과정에서는 기업체와 학교 및 연구소간의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성과물이 늦게 나타났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유기 반도체 분야에서만큼은 지금까지의 전철을 밟지 말자고 다짐했다.
LG전자 김성태 박사는 “유기 반도체의 가장 큰 장점은 쉬운 제조공정을 통한 가격 경쟁력에 있다”며 “유기EL 디스플레이 구동에 유기 박막트랜지스터(TFT)를 접목하면 유기EL의 시장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대학교 송정근 교수도 “초기에 실리콘 트랜지스터가 등장했을 때 진공관 소자를 만들던 사람들은 이를 거부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처럼 유기 반도체도 안정성만 확보되면 반도체산업에 획기적인 전환기를 불러올 수 있는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토 리소그래피 공정이 어렵고 재료·소비전력·회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어 실제 상용화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LG화학 손세환 박사도 “유기 트랜지스터의 단순한 구조가 오히려 획기적인 기술진보가 이뤄지는 데 장애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으며 에일리언의 나노블록 등 경쟁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유기 반도체 기술만의 특이성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태형 박사는 유기 반도체 연구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최종 목표는 크게 세우되 개발과정에서 축적되는 기술을 응용, 다양한 중간단계 아이템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민구·장진·이창희 교수 등도 “유기 반도체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전망에 기반을 둔 기술목표를 확실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업체는 적용 가능한 제품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학계나 연구소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기초기술 연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연구교류회나 기술세미나 등을 활성화시켜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의 전략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 2회 유기 반도체 워크숍은 내년 2월께 서울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