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IT 와 BT는 `찰떡궁합`

◆복성해 생명공학연구원장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이 결혼해 BIT를 생산하는 융합기술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두 기술의 궁합을 보면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유전체학(genomics)의 발전으로 생명공학은 생물체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 해답의 기준, 연구의 방법과 목적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생물체를 세포, 조직, 기관으로 이루어진 유기체로 보는 관점에서 탈피해 A, G, C, T라는 염기들로 구성된 유전자정보를 처리해 특정 형질을 발현시키는 생체시스템으로 보게 됐다. 따라서 생명공학은 이런 생명체의 정보처리 과정을 파악하고 그것을 인간의 목적에 맞도록 재설계하는 기술로 새롭게 정의된다. 이는 한마디로 생명공학이 ‘디지털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당연히 생물학적 연구에서 컴퓨터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연구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유전자 DB에 접속해 자신이 원하는 염기 서열을 다운로드하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해당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특성을 연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유전자의 기능에 대한 분석자료를 토대로 세포의 기능과 대사회로를 컴퓨터상에서 구현하는 가상세포(virtual cell)에 대한 연구도 가능하게 됐다. 머지않아 임상 시험을 포함한 신약 개발 과정의 대부분이 컴퓨터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셀레라지노믹스(크레이그·벤터가 창업한 생명공학 벤처기업)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마치 컴퓨터회사에 간 것 같은 착각을 느낀 경험이 있다. IT산업이 BT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듯이 앞으로는 BT의 기술혁신이 IT산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두 기술의 궁합은 역시 ‘찰떡궁합’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