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Korea 2001]`포스트PC` 새로운 `패러다임`을 읽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삼성전자는 최근 디지털 홈 네트워크 부문에서 협력하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 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컴퓨터 운용체계(OS)로 세계 IT시장의 맹주임을 과시하고 있는 MS. 세계 가전 및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전자. 세계 IT시장을 선도하는 두 공룡이 의기투합한 것 자체도 뉴스가 되지만 지금까지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기업이 미래 승부사업에서 공동 전선을 펼치기로 한 것에 세계 IT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세계 컴퓨터 OS 시장을 석권한 MS가 삼성전자에 협력의 손길을 내민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그것도 대등한 입장에서 협력하기로 한다는 점은 자존심 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MS에 견주어 볼 때 더욱 그렇다.

 아쉬울 것 없는 MS가 왜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을까. 여기에는 ‘포스트PC’ 시대를 겨냥한 MS의 세계시장 제패 전략이 숨어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분석이다.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지속돼온 PC 중심의 IT시장은 이제 새로운 PC 즉, ‘포스트PC’로 그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그리고 ‘포스트PC’를 선도할 핵심기술은 바로 ‘임베디드(내장형)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IT시장을 견인할 성장엔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임베디드 기술의 진수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축제가 국내에서 열린다.

 축제의 명칭은 ‘Embedded Technology Conference & Exhibition Korea 2001(ETC Korea 2001)’. 우리말로 풀면 ‘내장형 시스템 기술전시회’쯤 된다.

 전자신문과 테크월드(http://www.techworld.co.kr)가 손잡고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콘퍼런스룸과 1층 태평양관 전시실에서 개최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MS·삼성전자·ARM·삼성전자·레드햇·미지리서치·유에스소프트웨어·어드밴텍테크놀로지스·코어밸리 등 국내외 임베디드 기술 관련업체 60여개사가 참가해 시스템온칩(SoC), IA솔루션, 포스트PC용 하드웨어 솔루션, 지적재산(IP), EDA 툴 등 최첨단 임베디드 기술의 향연을 펼친다.

 이번 전시회는 정보통신부를 필두로 전자부품연구원·한국전자산업진흥회·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대한전자공학회 등 임베디드 관련 정부 및 유관단체가 총력 지원체제를 구축해 더욱 눈길을 끈다. 특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임베디드 기술 관련 행사여서 그동안 막연한 기대를 걸어온 국내 IT업계가 최첨단 임베디드 기술의 현주소를 직접 목도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세계 임베디드 기술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 다양한 주제의 시장 및 기술동향을 소개할 것으로 보여 임베디드 기술 정보에 목마른 국내 IT업계의 갈증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임베디드 기술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해온 국내 벤처업계에는 오아시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사실 ‘임베디드’라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십여년 전부터 방산기기, 자동화기기, 반도체 제조장비 등 산업용 시스템에서 폭넓게 활용돼온 전통기술이다. 이같은 전통기술이 차세대 IT산업을 선도할 핵심기술로 화려하게 재부상한 것은 ‘포스트PC 시대’ 개막 덕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시간운용체계(RTOS) 중심의 시스템 분야에서 활용돼온 임베디드 기술이 포스트PC의 주역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까닭은 임베디드 시스템이 포스트PC 시대가 추구하는 이상향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즉 모든 IT기기는 사용자가 쉽고 빠르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편의성’이 최고의 선이라는 사상에 밑바탕을 두고 기술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또 단일기능 중심으로 발전해온 IT기기들은 이제 복합·융합되는 퓨전 스타일로 급변하고 있다. 포스트PC 시대는 컴퓨터와 가전제품, 정보단말기 등의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는 복합단말기 시대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임베디드 기술은 기존 시스템 중심에서 개인휴대단말기(PDA)·이동전화·세트톱박스·디지털TV·게임기기 등으로 그 적용 폭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리눅스의 급속한 확산은 임베디드 기술의 르네상스를 불러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임베디드 시스템의 세계시장 규모는 올해 약 1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문별로 보면 소프트웨어가 52억달러, 하드웨어가 약 60억달러, 임베디드 OS는 8억달러에 달한다는 것. 인터넷 세트톱박스·웹패드·웹스크린폰 등 인터넷 관련기기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내년에 30억달러 정도의 시장이 생기고 홈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가전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경우 임베디드 기술 시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게 IDC의 전망이다.

 기술흐름도 급류를 타고 있다. 핵심인 임베디드 프로세서의 경우 지금까지는 8·16비트가 주력 기종이었으나 올해부터는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주력 모델이 급속히 전이되고 있다. 현재 임베디드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는 인텔·TI·모토로라·선마이크로시스템스·ARM 등 세계적인 반도체업체들이 대거 참여,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임베디드 OS는 전체 임베디드 시스템 시장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 초기의 임베디드 시스템은 비교적 단순해서 OS가 불필요했으나 최근에는 그 역할이 매우 커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OS 개념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현재 주로 산업용 장비 등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해온 기존 RTOS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데스크톱 OS의 강자인 MS와 ‘오픈소스’라는 강력한 무기로 시장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리눅스업체들이 가세, 업체간 경쟁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임베디드 기술이 차세대 IT시장을 담보로 하는 성장엔진으로 다가오자 국내업체들도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다. 이 중 PDA 등 차세대 정보단말기 분야에서 임베디드 기술 분야에 진출한 업체가 가장 앞서고 있다. 팜팜테크·제이텔·엠플러스텍 등이 임베디드 PDA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미지리서치·리눅스코리아·리눅스원·쓰리알소프트 등 약 100개 벤처업체가 임베디드 리눅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중소 벤처업계를 중심으로 전개되온 임베디드 기술 시장에 올해부터 삼성전자·LG전자·삼성전기·LG산전 등 대기업은 물론 휴맥스 등 중견업체까지 홈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임베디드 기술 시장 및 자동화기기 시장에 본격 가세, 임베디드 기술은 내년을 기점으로 대중화 시대에 성큼 다가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