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Korea 2001]운영체계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PC뿐 아니라 TV나 라디오에도 운용체계(OS)를 공급했더라면 90년대 초반에 GE나 GM을 앞서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PC가 최근에서야 1억대를 돌파한 반면 TV나 라디오는 이미 예전에 1억대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현재까지의 TV나 라디오에는 인터넷, 그래픽 등 다양한 기능이 필요치 않아 아직까지 OS가 탑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위 정보단말기로 불리우는 포스트PC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다시 한번 임베디드 운용체계 업체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포스트PC는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비롯 웹패드, 인터넷 단말기, 게임기, 스마트폰 등 소위 PC와 연결돼 사용되거나 PC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기기로 모두 임베디드 OS를 탑재하고 있다.

 게다가 산업전자 기기, 네트워크 장비 등의 분야에서도 기술 개발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임베디드 운용체계를 탑재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임베디드 OS의 시장 규모는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이티포어캐스츠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04년부터 포스트PC의 출하량은 PC 출하량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베디드 운용체계(OS)란=소위 TV, VCR, 냉장고 등 생활전자 제품을 비롯 모든 전자제품에는 두뇌로 불리우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내장돼 있다. 이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사용자의 보턴 입력에 따라 동작을 지시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동작 상황을 판단해 다음동작으로 넘어가도록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동작이 가능한 것은 개발자가 기계어로 된 프로그램을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전 제품보다 한단계 위의 기능과 수시로 업그레이드을 요구하는 포스트PC나 산업전자 제품, 네트워크 장비의 경우 이러한 개발과정을 거친다면 개발 기간이 너무 길고 PC와의 호환성을 갖추는 데도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PC에 사용됐던 OS를 이같은 임베디드 장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이 임베디드 OS다. 포스트PC나 네트워크 장비의 경우 PC처럼 많은 메모리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임베디드 OS는 PC 운용체계와는 달리 자원 소요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춘추전국 시대를 맞고 있는 임베디드 운용체계=PC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시리즈가 표준 OS로 인식될 정도로 독점구조가 자리잡혀 있다. 반면 임베디드 분야에서는 다양한 강자들이 시장을 분할하는 형국이다. 포스트PC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PDA시장을 봐도 여실히 증명된다. 팜이라는 PDA를 개발한 팜사의 자체 OS인 팜OS가 세계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으며 국내시장에서도 제이텔의 셀빅 OS가 시장 점유율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에서도 자우루스라는 독자 OS를 개발한 샤프사가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분야에서는 잠재력 있는 경쟁업체중 하나다.

 산업전자 제품에서는 리얼타임 OS가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VxWorks 및 pSOS 등으로 대변되는 리얼타임 OS는 포스트 PC분야로는 확대되지는 못했지만 16비트 이하의 산업용 기기에서 여전히 주요 OS로 자리잡고 있다.

 임베디드 리눅스는 임베디드 OS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 중의 하나다. 무엇보다도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오픈소스방식을 채택, OS와의 충돌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을 개발자들이 쉽게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며 라이선스 비용도 경쟁제품보다 낮다. 게다가 약점으로 지적돼왔던 멀티미디어 기능도 최근 크게 보강돼 포스트 PC용 OS로 사용하는 데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대형업체들뿐만 아니라 지메이트, HNT 등 PDA개발업체 등이 임베디드 리눅스를 채용한 정보단말기 개발에 한창이다.

 천문학적인 마케팅 및 개발 비용을 투자하고 임베디드 OS와 연계가 필수적인 PC OS를 독점해온 마이크로소프트는 서서히 시장을 압박해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윈도의 적통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PC와의 호환성 부분은 어느 경쟁 임베디드 OS보다 뛰어나다.

 썬의 자바OS는 다크호스다. 아직까지 이를 채택한 제품을 많지 않지만 CPU나 PC의 운용체계와 상관없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누가 임베디드 OS시장을 장악할 것인가. 아직까지는 안개에 쌓여있지만 임베디드 OS를 장악하는 자가 향후 IT산업의 헤게모니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PC이후의 2차 OS대전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