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란 무엇인가 -공병호 지음 -한국경제연구원 펴냄
“시장경제는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재능 등의 가능성을 특정상황과 시점, 그리고 장소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시켜 시장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을 얼마만큼 만족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대접한다. 때문에 시장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화려한 업적이나 경력이 아니다. 시장경제가 진정으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시장경제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추상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하여 시장이 아무런 가치를 부여하지 않음을 뜻한다. 오직 특정상황이나 시점, 그리고 장소에서 공급되는 구체적인 것만을 가치있게 평가할 뿐이다.”
메모: ‘힘들게 일한 만큼, 능력만큼 보상을 받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어디선가 자주 듣게 되는 한탄이다. 고용시장이 원활히 돌아가지 못할수록, 그 구조가 왜곡될수록 더욱 높아지는 소리이고 한숨이다. 어떤 위치에 있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자못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듯하고, 인간적으로 섭섭하고 낙심이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실이, 시장이 매정하기만 한 것일까.
외부로 책임을 돌리기에 앞서 우리가 과연 시장의 메커니즘에 적응하고 있는지, 얼마만큼 적응하려 노력했는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할 듯싶다. 우리의 잠재능력과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에 대해 시장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시장의 요구에 얼마만큼 맞추고 있는지.
그 기준과 메커니즘에 맞춰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두 손을 놓고 있다면 그건 우리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성공은 추상적인 형태로 그가 소유하고 있는 특수한 능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같은 능력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또하나의 능력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 어떤 사람의 가치와 그에 대한 보상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이것은 그가 그의 능력을 그에게 보상해주는 다른 사람에게 유용하고 확실한 서비스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하이에크 교수의 말처럼 우리의 능력과 노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확실한, 구체적인 무엇으로 다가서고 있는지 한번 점검해보자. 불평과 한숨을 토해내기 전에.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