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중국에 대응하는 과학기술정책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

 

 조선시대에 한양과 지금의 베이징인 당시 옌징에는 빈번한 사신교류가 있었는데 이를 연행사(燕行使)라고 불렀다. 연말이 다가오는 이 무렵이면 동지사(冬至使)가 파견됐는데 이들의 소임은 대통력(大統曆)이라는 역서(曆書)를 받아오는 것이었다. 사신들은 4∼5개월의 긴 여정을 일기나 기행문으로 기록해 이를 연행록이라 불렀고, 이들이 수입한 선진문명과 과학기술은 실학파의 사상적인 원천이 됐다. 이처럼 연행은 정치·경제·과학기술을 시찰하고 연수하는 문화이전(culture transfer)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해방 이후 우리가 경험한 큰 변화는 대륙에서 태평양으로 전환된 것이다. 중국이 아니라 서구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수입하고 인력이 양성됐으며 이것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70∼80년대 연 10%의 고도성장을 달성하면서 지금은 세계 제11위의 경제대국을 이뤘고, 중국은 더이상 조공을 받는 나라가 아니라 풍부한 시장과 저렴한 노동력을 가진 공략의 대상이 됐다.

 지금 우리는 세계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연평균 8%의 눈부신 성장을 실현하는 중국을 목도하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하는 자성의 소리도 들리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유치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이런 중국의 성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2010년에 세계총생산의 20%를 차지, 미국(16%)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개되는 중국 논의는 우리보다 100배에 가까운 면적과 30배의 인구, 그리고 5배에 이르는 구매력 같은 양적인 속성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데 새로움이 있다.

 현재 중국에는 53개의 하이테크단지가 산재해 있고 대부분 투자 분야도 정보통신·바이오·신소재 등에 집중돼 있다. 기술격차 10년으로 낙관하던 반도체산업도 향후 2∼3년이면 추격당할 수 있다는 위기 서린 보도를 접하기도 한다. 이제 중국이 가진 경쟁력의 원천은 더이상 저임금만이 아니라 기술혁신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추격에 대한 대응전략은 중국을 소홀히 하거나 자만해서는 안되지만 동시에 너무 초조해 하거나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략을 잘 세워 추진한다면 중국은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첫째, 저부가가치·노동집약적 산업의 중국 이전에는 의연히 대처해야 한다. 산업생산의 국제 이전은 산업고도화에 따른 당연한 과정이다.

 둘째, 자동차·반도체·CDMA·인터넷 중심의 IT·원자력 등 우리가 현재 앞서가는 기술 분야에서는 확실하게 격차를 벌여야 한다.

 셋째로 IT·BT·NT 등 신기술 중 우리가 선점 가능한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자해 확실하게 선점해야 한다. 산업화 초기단계에 있고 광범한 파급효과를 갖는 신기술은 우리가 도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넷째는 조선·섬유·가전 등 우리의 주력 수출산업이면서도 중국과 경쟁하는 분야에서는 신기술을 접목하고 부가가치를 높여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화나 정치적 통제와 같은 중국 내부의 문제점을 반추 삼아 자유로운 정보사회, 민간 중심의 시장경제 체제를 확립한 사회 기반의 강점을 살리면서 민간기업의 기술혁신을 위한 제도적인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최근 정보기술(IT)·생명공학(BT)·나노기술(NT)·문화기술(CT)·환경공학(ET)의 5T를 중심으로 2005년까지 10조원을 집중 지원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고 이를 뒷받침할 인력양성 계획을 마련했다. 이제 우리는 기본 원칙에 입각해 세밀한 준비와 철저한 실천으로 비상하는 대륙, 중국시장을 향해 우리의 저력을 보일 때다.

 우리는 지금 향후 10년쯤 승패가 판가름날 경주의 출발선에 서 있다.

 과학기술부 장관 mostman@mo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