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디지털피아노 전도사 3인방

 국내 디지털피아노 시장의 3형제 벨로체·삼익악기·영창악기에는 간판스타들이 있다. 디지털피아노 자랑이라면 입이 마르는 사람들, 디지털피아노에 관심이 있는 이들만 있다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디지털피아노 사용법을 전파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주저없이 ‘디지털피아노의 전도사’라고 부른다.

 지금은 벨로체 디지털피아오의 1급 전도사이자 간판스타가 됐지만 윤설한씨(28)는 지난 98년 벨로체에 입사하기 전까진 디지털피아노를 악기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저는 경남대에서 작곡을 전공했거든요. 음악 전공한 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저도 처음엔 장난감이라고 여겼죠. 친척들한테도 디지털피아노를 왜 사냐고 말렸어요. 그런데 입사 후 교육받으며 딱 2시간을 만져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소리도 어쿠스틱 못지 않고. 그때부터 밤을 새가며 공부했죠. 직접 접해보지 못해 그렇지 누구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악기라는 걸 알았죠. 친척들한테는 피아노 바꾸라고 그랬어요. 물론 벨로체 디지털피아노로요.”

 그는 주로 피아노 학원장들을 교육한다. 처음엔 학원장들 대부분이 팔짱끼고 앉아 건성으로 듣는다고. 하지만 4회 교육이 끝날 때쯤이면 어느 새 “선생님 이건 어떻게 해요”라며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 이젠 무뚝뚝하고 배타적인 표정을 만나도 기죽지 않는다. 금세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변할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윤설한씨는 전국 40여명의 전문강사들을 교육해 디지털피아노 보급 및 교육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하는 업무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2년전부터 TV홈쇼핑에서 벨로체 제품 홍보 게스트로 출연도 하고 있다. 특히 벨로체는 칸타빌레Q 등 디지털피아노에 알맞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국 피아노학원에 벨로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9년 연속 국내 디지털피아노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윤설한씨의 기여가 컸던 것은 물론이다.  

 삼익악기에서 디지털피아노 전도사로 자처했던 배성환씨(48)는 피아노 교육계의 남성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청일점 홍보강사다. 원래 경희대에서 작곡을 전공했지만 지난 86년 삼익악기에 입사하면서부터는 줄곧 연구소에서 디지털악기 개발에 매달렸다. 87년 삼익이 국내 최초로 디지털피아노를 선보일 수 있었던 데 그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삼익측의 전언. 91년 서울여대 실용음악과를 거쳐 96년부터는 중앙대 아동복지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삼익악기를 떠나 프리랜서로 나섰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얘기해 볼까요. 일반 피아노로 같은 곡의 조를 옮겨서 치는 건 10년 이상 쳐야 할 수 있는 고난도 기술입니다. 그런데 디지털피아노로는 1시간만 배워도 누구나 가능합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오래 교육받지 않아도 누구나 음악을 스스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점, 이게 바로 디지털피아노의 최대 장점이자 매력이죠.”

 그는 이미 10권이 넘는 디지털피아노 책을 냈을 정도로 보급화에 열심이다. 국내 대학에 특강도 자주 나가는 건 물론. 요즘은 디지털피아노를 통해 온 가족이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영창악기 전경하씨(30)도 서울신학대학 작곡과 출신. 하지만 컴퓨터음악에 관심이 많아 상명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지난 97년부터 영창에서 연주교육팀을 꾸려 전국에 세미나와 교육에 나서고 있다. 그가 유명한 연주곡이나 재즈 혹은 팝송을 음색과 리듬을 바꿔가며 연주하는 걸 듣다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디지털피아노로 연주하다 보면 이게 피아노 맞나 싶어요. 플루트·바순·바이올린·하프·드럼 등 관악기·현악기·타악기 소리까지 다 내거든요. 차차차·탱고·미뉴에트·살사 등 온갖 리듬이 구현되는 건 물론이구요. 자기가 스스로 연주도 하니까 무슨 오디오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아이들 피아노 학원 가는 거 지겨워 하잖아요. 디지털피아노는 천만의 말씀이죠. 절대 자리를 떠날 줄 몰라요. 싫증난 기색조차 찾을 수 없답니다.”

 영창은 미국의 유명한 디지털음원개발사 커즈와일을 인수해 디지털피아노 기술개발에 힘써왔다. 기본을 중시하는 영창답게 디지털피아노 교육에서도 악기 사용법을 숙지토록 하는 데 주력한다고. 우선 기능을 제대로 다룰 줄 알아야 활용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란다.

 사실 디지털피아노는 일반 어쿠스틱피아노에 가까운 건반 터치감과 다양한 음색 및 리듬, 편리한 기능과 저렴한 가격 등 많은 장점이 부각되면서 월평균 6000∼7000대 가량이 전국의 가정과 유치원 및 학교와 교회로 배달되고 있다. 판매대수 기준으로 올해만 10만대를 예상하고 있는 데 이는 어쿠스틱피아노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3인의 디지털피아노 전도사들의 신바람난 강의가 계속된다면 디지털피아노가 가전제품처럼 각 가정의 거실마다 들어앉게 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