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글로벌 파일(34)도하라운드 이후

 카타르에서 열린 WTO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무역 자유화에 대한 뉴라운드 출범을 위한 최종 세부 사항을 지난 14일 합의했다. 세계의 무역 장벽을 낮추는 것을 목표한 도하라운드는 내년 1월부터 시작돼 2005년에 발효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번 합의를 통해 각국 정부들은 11일 테러의 여파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절실히 요구되던 일체감을 과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협정이 서둘러 이뤄지고 무역 협정을 마무리하는 일정이 촉박해 다음 라운드 회담은 심각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단결을 과시하려는 회원국의 의도가 최대 관심사에 관한 문제로 바뀌면 무역에 대한 협상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정치적 단결을 과시하려던 회원국들의 의도가 일단 자국의 이익 극대화에 뒤로 밀리기 시작하면 협상 진행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가국과 언론은 도하 합의를 중요한 성공으로 선전했으며 어떤 면에서는 성공이었다. 일반적으로 무역 협상 문제는 실제 회담 수 개월 전에 결정된다. 99년 시애틀에서의 WTO 회담이 실패한 진짜 이유는 들끓는 시위자들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의제의 사전 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도하 회담에서는 첫 외교관이 도착하기 수시간 전까지도 의제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순조롭지 않게 출발한 이번 행사에서 모든 협상이 타결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그러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이 WTO 회담은 9월 11일 이후 첫 세계 지도자의 대규모 회담이었으며 어떠한 합의라도 도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정치적 압력 아래서 협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도하 플랜에는 많은 미비점과 어정쩡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이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과정이 될 협상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위험한 방법이다. 94년 종결된 WTO ‘우루과이 라운드’ 회담이 거둔 본질적인 성과는 수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심도 있는 타협의 장을 열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협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농업 부문의 자유화와 관련되어 있다. 농업 종사자들은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 숫자에 비해 훨씬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선진국 대부분은 농업 부문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 연합에서 농업은 경제의 2%를 겨우 차지하고 있으나 농업 보조금은 EU 예산의 4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한 정책은 농업 부문의 교역을 왜곡하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 없이는 가격 경쟁력 있는 식량을 생산할 수 없는 프랑스와 같은 나라들이 보조금 지원을 받음으로써 최저가에 식량을 수출하고 있다.

 농업이 경제·사회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개발 도상국의 경우 논쟁의 원인이다. 이 문제는 과거 반세기 동안 모든 무역 협상에서 논외로 여겨졌던 정치적 피뢰침과 같은 것이었다. 도하 라운드에서는 정면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대부분의 농업 보조금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연합은 그러한 광범위한 조치가 통과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문제점을 안고 있는 또 다른 절충안 가운데 하나가 개발 도상국들의 입장을 반영하여 합의문에 삽입된 현행 지적 재산권 보호법의 완화 조치다. 현행의 지적재산권 관련법은 다른 나라의 기업이 개발제품을 기술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는 복제하는 것을 막고 있다.

 지적 재산권법의 잠재적 개정은 경제력을 향상시키는데 지적 창의성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이 양보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도하 선언에 반영된 가장 문제가 될 내용은 유럽 연합의 묵인 아래서 나왔다. 유럽 연합은 WTO 모든 회원국은 일정한 환경 기준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가는 그러한 제한을 받아들일 수 없는 주권에 대한 침해로 보고 있다. 또 기본적으로 농업과 산업이 혼합된 경제에 대한 지나친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회원국 간에 특정 조항에 대해 많은 이견이 있으나 도하 라운드 성공의 가장 큰 장애물은 시간이다. 협상은 1월에 시작해 2005년에 완료 예정이다. 이에 비하여 이견이 훨씬 적은 주제를 다룬 우루과이 라운드도 마무리되는 데 8년이 걸렸다.

 다음 라운드에서 어떠한 문제가 나타나든지 새 협상은 2005년까지 완결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소한 개정과 조항을 제외하고 도하 협상에 포함된 마찰의 소지와 복잡성은 회원국들이 추구하는 목표의 극히 일부만을 달성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양승욱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