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화 충북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이제 e메일이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e메일의 대중화가 이뤄진 것이다. e메일 사용 빈도와 형태가 정보지수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는 것도 e메일의 대중화를 반증하는 사례다.
그동안 일부 계층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던 e메일이 이제는 누구나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로 대중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쯤에서 ‘정보문화인의 e메일 사용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e메일 중독자인가.
①e메일이 며칠 동안 오지 않아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②e메일을 안보고 하루를 견딜 수 있다. ③하루에도 서너 번 보지 않으면 불안하다.
아마도 출장을 갈 때마다 제일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제공되느냐 여부일 것이다. e메일을 보지 않으면 불안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없다면 e메일 중독자다. e메일을 매일 확인한 후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일이 너무 많이 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e메일을 봐야 한다면 중독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사람이다.
당신은 하루에 몇 통의 e메일을 받고 처리하는가.
①하루 5통의 스팸메일, 그리고 며칠에 한번 친구 편지 ②잘못 가입한 동호회에서 보낸 10통의 소식과 3개의 업무 관련 메일 ③광고성 메일 20여통과 친구와 일에 관한 메일 30여통 등 스팸메일 외에 30여통의 e메일을 처리해야 한다면 e메일을 처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써야 할 것이다. 우선 e메일을 통해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 e메일의 제목을 의미있게 달아서 다음에 내용을 정리할 때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의외로 제목을 잘 만드는 일을 등한시하는 사람이 많다. 또 메일을 받는 사람의 이름도 꼭 넣어야 한다. 받는 이들은 개개인에게 별도의 편지로 보내지 않았어도 보내는 이의 수고를 생각해 메일 처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편지를 보낸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편지 내용을 잘 읽고 이에 대해 즉각 대응해주는 사람이 고맙다. 최소한 메일을 받았는지 여부와 함께 원하는 정보를 간단히 알려주는 에티켓을 보여줘야 e메일을 사용하는 사람이 돋보인다. 오죽했으며 메일을 받았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답신 메일이 자동으로 가도록 하는 기능이 개발됐겠는가.
보내는 이는 메일을 받았다면 받은 사실만이라도 알려달라고 애원하기 일쑤다. 받은 메일을 읽기만 하는 ROM(Read Only Man)이 되지 말아야 하겠다.
e메일로 받은 메시지를 전화로 받은 메시지처럼 중요하게 여기는가.
①전화 메시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②별 차이가 없다. ③ e메일로 온 메시지를 더 잘 기억하고 처리한다.
일반적으로 전화로 통화하는 경우를 일대일 통신으로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 여러 사람에게 통지하더라도 전화로 하게 되면 각자 자기에게만 전달된 중요한 내용으로 처리하는 것 같다. e메일의 경우 받는 사람의 이름이 혼자일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를 취급하는 태도가 다른 사례를 종종 본다. 여러 사람들의 이름 속에 자기의 이름을 발견할 때와는 다르게 취급한다. 여러 이름이 같이 들어간 메일을 받았어도 메일 처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 새삼스레 이런 기초적인 이야기를 하는가.
최근 국제회의를 주관하느라 많은 이들과 e메일로 통신을 자주 이용할 일이 있었다. 그때 느낀 것이 우리의 e메일 문화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금만 메일 사용에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앞서의 질문에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좀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전화 사용을 위한 에티켓 운동이 일어났던 것이 생각난다. 요즘 운전문화에 관한 캠페인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e메일 사용에 관한 문화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 ohlee@chungb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