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벤처스타>(74)전영화전

사진; 무전해방식의 니켈이온도금박 양산기술을 확보한 전영화전의 이을규 사장(오른쪽 첫번째)이 생산연구개발팀과 나노소재 개발을 위한 토의를 하고 있다.

 ‘첨단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니켈도금박 소재는 우리에게 맡겨라.’

 전영화전(대표 이을규)은 화학회사의 자본력과 기술로 새로이 탄생한 1년 6개월짜리 소재 전문 벤처기업이다.

 하지만 미국의 세계적 소재제조회사인 레이켐과 겨루겠다는 당차고 매운 고추다.

 니켈도금박은 폴리머스위치·리튬이온전지·PTC스위치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로 전해동박위에 머리카락 굵기 100분의 1 수준인 1미크론 두께의 니켈 피막을 입혀 만들어진다. 전기가 잘 통하고 부식에 강한 만큼 고부가 전자부품에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내로라 하는 대기업도 저가제품 양산의 벽을 넘지 못해 전자제품용 수요를 전량 미국·일본 등지에서 수입해 왔다.

 이을규 사장이 PTC스위치용 니켈도금박 사업을 구상하게 된 것은 화학약품 제조사인 전영화학을 운영할 때인 지난 99년. 온도상승에 비례해 저항이 늘어나는 성질을 부품에 이용하면 괜찮은 제품이 나올 것으로 판단한 것. 주력인 화학약품의 성질을 잘 이용하면 연속적인 니켈도금박 생산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점에 착안했다.

 지금까지도 세계적 니켈도금박 제조사의 제품 생산은 전기분해장치에 의존, 연속생산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게 형성되고 있다.

 이 사장은 금속화학처리분야에 대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적 기계장치를 고안했다. 기계장치내에 화학물질을 담고 롤러를 설치해 연속적으로 전해동박에 니켈을 입힐 수 있도록 한 것. 그래서 지난해 4월 전영화전이란 소재전문회사를 차렸다.

 지난 8월에는 16억원의 개발비와 1년반의 노력의 성과인 니켈도금 양산라인 가동이 시작됐다.

 화학약품에 대한 성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이 회사의 니켈도금박 생산성은 기존 외산제품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기존 제품이 전해동박에 1미크론의 니켈도금박을 씌운 데 반해 전영화전의 소재는 0.5미크론 두께로 도금됐다. 최대한 얇게 도금할 수 있으면서도 연속으로 생산되는 만큼 가격도 외산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됐다.

 개발성과가 알려지면서 대기업들이 이 독창적인 니켈도금박 양산장치를 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 생산라인은 외부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생산라인은 볼 수 없어도 품질을 인정한 PTC제조회사들이 잇따라 주문을 내기 시작했다.

 또 중국의 두개 전자회사로부터 공급해 달라는 주문도 받는 등 세계 1위의 니켈도금박 제조·공급사인 레이켐으로부터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아 놓고 있다.

 전영화전의 생산공정에선 지금 금값보다도 더 비싼 니켈이온도금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우물을 파면서 첨단산업과의 조화에 착안한 노력이 단순한 화학회사를 첨단소재회사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국내시장보다는 세계시장에서 일본 후쿠다, 미국의 레이켐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어가면서 첨단 나노소재회사로 가꾸어 갈 생각입니다.”

 이 사장은 올해 2억∼3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본격 도약기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해외개척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그의 포부대로라면 이 회사는 내년에 200억원, 5년후엔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벤처로 도약하게 된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