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경영프리즘(33)화류 경영

 한류(韓流)가 아니라 화류(華流)다.

 중국이 죽의 장막을 걷고 ‘개방’의 손짓을 보내자 전세계는 온통 중국의 러브콜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들떠 있다.

 14억 인구. 마지막 남은 인류 최대의 시장.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파괴력.

 비록 ‘중국은 가짜다’의 저자 제스퍼 베커는 사회주의의 폐해, 관료들의 부패, 법치의 부재 등을 들어 차이나 열풍을 ‘허풍(虛風)’이라고 했지만 기업 경영자들에게 중국은 사활을 걸고 도전할 만한 매력적인 상대임에 틀림없다. 또 그간의 경영노하우와 정보, 네트워크를 집중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라는 위기의식도 팽배해 있다.

 경영전문가들은 “최근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영향력을 과도하게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등 양극화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전략 무기를 차분하게 준비하는 기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 제대로 알기=PCB전문업체 대덕전자와 대덕GDS는 최근 한족 출신 생산직 근로자 100여명을 고용, 생산라인에 투입했다. 게으르고 관리통제가 어렵다는 일명 ‘만만디’의 중국 근로자들의 근무태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다. 또 공동 생활 과정에서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습관, 태도 등을 파악해 향후 중국 진출시 발생할 수 있는 노사 문제나 생산성 문제 등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비상 경영 전략도 세워볼 계획이다.

 중국 톈진에 현지 가전공장 설립을 추진중인 LG전자는 중국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다.

 LG전자는 지난 5월부터 평택 연수원에 ‘중국의 이해’ 강좌를 개설,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1박2일 동안 중국의 법제도와 생활예절 등을 가르친다. 당초 상하반기로 나눠 2회에 그칠 계획이었으나 뜨거운 호응으로 2차례 더 늘렸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중국어 강의’는 신청자가 쇄도한다. 200여명이 넘는 나이든(?) 임원들도 만학에 열을 올린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차이나 CoP(Community of Practice:지식동아리)’에는 250여명이 넘는 회원들이 매일같이 중국의 제도와 역사, 사상 등 기초지식을 익히느라 여념이 없다.

 ◇중국 전문인력 확보=반도체장비업체 이오테크닉스는 중국의 KAIST라 불리는 칭화대학 출신의 석박사 등 중국의 우수 인력들을 최근 영입했다. 중국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바로 아는 전문가들이 필수적이라는 이 회사 경영진들의 판단에서다.

 지난 3월 열린 중국인력채용박람회를 통해서 뽑은 이들은 반도체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중국 내부사정에도 능통하고 영어는 기본이다.

 면접을 본 수십명의 대학졸업자들이 상당한 실력자들이었다고 전하는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연말까지 국내에서 세부 교육을 마치고 내년부터는 현지에서 이오테크닉스를 대표해 활동하게 된다.

 삼성전기는 중국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매년 직원들을 교대로 중국 현지로 보낸다. 파견된 인력들은 1년 동안 현지에서 공부를 하며 인맥을 형성하는 등 중국통으로서의 자질을 키우게 된다.

 지금까지 25명의 중국통을 키운 삼성전기는 내년에도 10명을 중국에 보낼 예정이어서 중국 주재원 72명을 포함, 중국에 저인망식 인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이 외에도 LG전자는 베이징·톈진지역의 유수대학을 중심으로 전기, 전자, 컴퓨터 전공 석·박사 25명을 산학장학생으로 확보, 졸업후 한국 주재 연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으며 국내 유학중인 중국 유학생도 중국 전문가로 채용하기로 했다.

 ◇중국 토착화 전략=수정디바이스 전문업체 청호전자통신은 중국 투자기관인 고신투자 유한공사 등으로부터 1300만달러를 투자받아 합작법인 옌타이과내사전자 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산둥성 시정부의 지원을 얻어 중국 최대의 칩 세라믹 수정진동자 생산공장을 지은 이 회사는 중국 증시에 상장을 준비중이다. 현재 현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주식회사 승인을 받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지분분산을 위해 한동성보기술투자유한공사 등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삼성전기는 중국 톈진에 제1, 제2 공장과 퉁관 공장을 설립한데 MLB를 생산하는 중국현지 공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영업지점도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에 설치했고 칭다오 연락사무소도 곧 개설할 계획이다.

 삼성전기 한 관계자는 “중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 토착기업처럼 현지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며 공장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