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의욕적으로 불을 지폈던 MP3플레이어 사업이 오디오부문 자회사인 블루텍으로 넘어가면서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안태호 대표(49)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MP3플레이어 사업을 블루텍에 넘긴 것을 두고 삼성이 이 사업에 흥미를 잃었다는 식의 해석이 분분하다. 또 삼성이 잘 안돼 떠넘긴 걸 블루텍이라고 잘 하겠냐는 비딱한 생각도 곁들여졌다. 그러나 안 대표는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윤종용 부회장과 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장인 진대제 사장 모두 디지털 오디오 사업에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MP3플레이어 사업을 블루텍에 넘긴 것은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라 전문업체에 맡겨 더욱 잘 키워보겠다는 뜻에서였지요. 어떤 면에서 보든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결정입니다.”
그러나 블루텍은 알고 보면 MP3플레이어가 아니어도 관심을 살 만하다. 삼성전자의 여러 사업부와 관련기업들 가운데 알짜 중에 알짜다. 현재 블루텍은 1000여명의 인력이 몸담고 있는 꽤 큰 기업체다. 지난 98년 분사 후 매출이 1500억원대로 떨어졌지만 99년에는 2700억원으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 매출예상액만 4200억원(영업이익 300억원)이고 내년에는 4800억원(영업이익 4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분사하기 직전인 97년 2500억원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오디오 사업부 시절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이렇게 보면 오디오사업이 경쟁력이나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사업이라는 일부의 견해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DVD플레이어의 등장을 오디오가 지고 비디오가 득세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이들이 있는데 완전히 오판하는 겁니다. DVD의 핵심은 입체음향이죠. 음향의 뒷받침이 없는 비디오가 헛껍데기입니다.”
하지만 원가경쟁력이 뛰어난 중국업체들이 무섭게 돌진해오고 있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세계 오디오의 60%가 중국 광둥성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도 동남아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안 대표의 답변은 거침없다. “블루텍은 중국 현지 생산을 통해 생산단가도 낮췄고 제품군도 골고루 포진시켰습니다. 기술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요. 현재 중국과 홍콩에서 월 35만대를 생산하여 연간 400만∼500만대에 이르고 있지요. 아직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4%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이를 10%선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니를 따라잡을 순 없을 거란 얘기가 심심찮게 나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뛴다.
“아날로그 시대엔 통하는 얘기였는지 모릅니다. 소니가 삼성보다 적어도 20년은 빨랐으니 노하우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지요. 하지만 디지털 시대엔 다릅니다. 누가 오래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빠르냐가 관건입니다. 확언하건대 소니 따라잡기는 가능합니다.”
안 대표는 지난 74년 삼성전자 입사 초기부터 오디오사업부에 몸담았던 오디오맨이다. 지난 98년 오디오사업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키로 한 결정에는 안 전무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바탕이 됐던 건 물론이다.
앞으로 블루텍은 삼성전자의 DVD 및 오디오 기술을 복합한 홈시어터와 옙(Yepp) 브랜드의 포터블 디지털 오디오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 두가지 디지털 관련부문의 매출 비중을 올해 25%에서 내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안 대표의 내년 목표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