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B2B 뱃고동`

 소위 B2B시범업종 중 조선산업 만큼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업종도 없다. 전혀 다른 작업이었던 조선소 공동e마켓 구축 실패 책임까지 얹어 ‘조선업종은 안돼’라는 눈총을 받아야 했다. 실무작업에 파견된 50여명에 가까운 현업인력들은 그 시달림을 돌이켜보면 고개가 저어질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지난 1차 시범사업 완료 시점에는 평가 업종 중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고 산자부로부터는 ‘모든 업종이 시범사업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는 무언의 압력도 받아야 했다. 한마디로 세계 조선산업의 1등 국가를 만들고 있다는 이들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24일 경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선업종 B2B시범사업 2차연도 킥오프 미팅에서 보여준 이들의 모습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4개 핵심과제별 사업 추진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에서 나아가 일부 과제에서는 시스템 개발 후 사용 라이선스를 어떻게 분담하고 나눌 것인가에 대한 앞선 논의도 시작됐다. 또 위탁업체에서 참여하는 파견인력들에 대한 인건비도 현실적인 수준까지 조정키로 하자는 결의를 모아 ‘을’ 입장에 있는 IT업체들을 고무시켰다. 무엇보다 운영위원회에 파견한 관계자들이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이 있는 임원들로 재구성됐고 이번 모임에 모두 참석했다는 점도 이들의 사업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조건이 특별히 좋아진 건 아니다. 오히려 일부 기업은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해 조직이 통폐합되면서 파견 인력 중 적지않은 수가 바뀌었다. 또 어쩌면 공동작업의 결과와 반대될 수 있는 조선소마다 ‘독자행보’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시끄럽다는 걸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죠. 사실 기업간 업무가 너무 다른데 그걸 한데 묶어 표준화한다는 게 쉬운 일인가요. 치고받는 모습이야말로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 아닙니까. 보여줄 것 다 보여줬으니 전진하는 일만 남은 셈입니다.”

 전후방 산업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조선업종의 B2B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오히려 이들이 잘 알고 있다. 전 세계 시장의 45%를 점유하면서 일등 산업 국가를 만들고 있다는 이들의 자존심과 긍지가 ‘조선 B2B 파이팅’으로 나타날 것을 기대한다.

 <디지털경제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