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한일축구와 인터넷

 ◆신상철 한국전산원 기획조정부장 ssc@nca.or.kr

   

 일본의 인터넷에 관한 추격전이 만만치 않다. 2000년 모리수상의 신년사에도 IPv6 용어가 나올 만큼 일본의 차세대인터넷에 관한 준비는 대단하다.

 최근 일본은 인터넷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한국 등에 한 수 늦은 대응을 차세대인터넷으로 만회한다는 전략 아래 자체적으로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컴퓨터·정보가전·모바일·자동차 등의 디지털 응용분야 시장을 앞세워 차세대 인터넷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인터넷 강국을 자부해온 한국은 아직 차세대 인터넷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연구개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상용화에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관련 기술개발 분야 역시 한국전산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일부 기관과 아이투소프트, 오피콤 등 전문 벤처기업들만이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차세대인터넷 핵심 인프라인 IPv6 상용망의 경우 일본은 NTT·IIJ·KDDI 등 여러 기관이 지난해부터 자국은 물론 유럽, 미국에까지 IPv6망을 구축, 운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한국전산원이 10월에 들어서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상용서비스에 들어갔을 뿐이고 통신사업자들은 한국통신 등 일부만이 시험운영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개발 분야 역시 IPv6를 지원하는 차세대 라우터 분야도 한국은 ETRI, 삼성 등에서 개발항목으로 분류, 검토중이지만 일본은 히타치·NEC·후지쯔 등이 이미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상용화에 나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IPv6 응용 소프트웨어의 경우도 한국은 어렵게 변환기술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용해줄 곳이 없는 반면 일본은 오렌지소프트·IIJ·요코카와 등이 경쟁적으로 상용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특히 정보가전과 차세대 인터넷을 접목, 소니와 히타치 등이 IPv6를 지원하는 정보가전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그 중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가전의 시장규모를 가늠하면 이의 적용기술이 얼마나 중요한 현안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정보가전 시장에서 숙명적 대결이 불가피한 한·일간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우려된다. 일본은 최근 IPv6지원 주방시스템과 차량항법장치까지 개발하는 등 차세대 인터넷의 활용 분야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이밖에 한국은 이미 IPv6 주소할당 수준, IPv6 전문인력, IPv6 투자재원 등에서도 일본에 상당히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인터넷에서만큼은 일본을 추월했다고 자평할 때 일본은 차세대 분야에 역량을 집중,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한국 축구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과는 비교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 일본은 축구중흥에 대한 노력과 투자로 급기야 세계랭킹에서 한국을 앞지르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이 축구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단순히 이뤄진 게 아니라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오래 전부터 치밀한 전략을 수립, 대처한 결과였다.

 초고속망이나 인터넷 분야에서 우리보다 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일본이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다. 한일 축구 신드롬으로 본 우리나라 차세대인터넷,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인 차세대인터넷 시대에 대비한 기본기를 재정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