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구조조정특별위원회를 구성, 직접 경영에 개입한 하이닉스반도체의 향후 진로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이닉스 경영진의 자력으로는 힘든 정상화에 새로운 돌파구가 생겼다는 긍정론이 나오는가 하면 워크아웃 기업 등의 처리에서 보듯 채권단의 경영 참여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급등했던 반도체 가격이 하향세로 돌아섰고 해외로의 반도체 라인 매각 시도 역시 단지 ‘희망사항’으로 남아 있다. 1년 넘게 근근히 버텨온 ‘하이닉스호’가 중대 고비에 서 있다.
◇정상화 방향은=구조조정특위는 이르면 이번주중 하이닉스의 구조조정과 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국환 위원장은 지난 22일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이연수 부행장과의 상견례에서 “다음주초 구조조정특위 위원들과 협의해 지금까지 제시된 하이닉스의 구조조정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위는 우선 해외 매각이라는 방안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해외 매각은 채권단으로서는 채권을 조기에 또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만 기간산업인 반도체의 해외 매각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여론이 문제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정상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위는 또 인력 감축을 비롯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매각을 성사시키려면 ‘몸값’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경영진은 분사와 비반도체부문의 분사·매각을 통해 구조조정을 실시해왔다고 하지만 밖에서는 그 이상의 구조조정을 요구해왔다.
특위는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문제=당장은 섣부르나 특위의 정상화 방안이 앞으로 수많은 난관에 부닥칠 것이라는 예측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우선 정상화의 큰 틀인 해외 매각이 쉽겠느냐는 지적이다. 지난주 채권단의 한 임원은 언론에 마이크론과의 합병설을 흘렸으나 업계는 ‘난센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마이크론과의 접촉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적자에 시달리는 마이크론이 경영난을 가중시킬 하이닉스와의 합병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중국에 대한 라인 부분 매각 작업도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반도체 기술과 인력인데 하이닉스는 라인만 매각하려 해 접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피니온이나 도시바, NEC 등도 독자적인 합병과 사업축소를 추진중이어서 협상 파트너로 삼기 힘들다. 하이닉스와의 갈등도 예견된다.
특위는 어떤 형태로든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할 것이며 이로 인해 피해를 받을 임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의 상당수 임직원들은 아직도 “시황만 좋아지면 회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 임원은 “마음을 비웠다. 어떤 방안이 나오더라도 우리 회사가 살 수 있다면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라면서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위의 정상화 방안이 국내 반도체산업의 기반을 흔들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반도체산업의 안정을 위해서는 하이닉스가 독자적으로 회생할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하고 해외 매각이나 합병은 차선책이 돼야 하나 순서가 바뀔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신국환 위원장은 “국민들이 충분히 신뢰할 만한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다짐했으나 특위가 채권단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도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나 특위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하이닉스가 수용할 수밖에 없으나 국내 반도체산업에 대한 고려 없이 하이닉스문제를 해결할 경우 이전의 ‘반도체 빅딜’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