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디자인업체의 인터넷 사이트는 때 아니게 대학생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대학 e메일 주소를 가진 이들의 접속이 무더기로 쏟아진 것이다. 학생들마다 하루에도 서너번씩 들락거리며 페이지뷰를 무섭게 올려놨다. 무슨 이유였을까.
“디자인학과 대학생들의 졸업작품 전시회였으니까요. 사실 졸업전시회라고 해봐야 친한 친구랑 가족밖에 더 옵니까. 그냥 연례행사에 불과하죠. 하지만 인터넷으로 하니까 유학간 친구까지 볼 수 있지요. 더구나 네티즌들이 작품감상평을 올리는 데다 대학별 대항전의 형태로 치러지기 때문에 학교간 경쟁까지 붙었거든요.”
전국디자인학과 사이버 졸업작품전 i2002 행사를 기획한 디자인블루(http://www.dedignblue.co.kr) 이상용 사장(37)의 말이다.
디자인블루는 지난해 이 행사를 기획하며 참여학교의 출품작에 대해 종합평가한 후 대상·금상·은상·동상·특별상·네티즌인기상에 수백만원의 상금을 주는 공모전 형태를 취함으로써 학생들의 참여의식을 높였다. 온라인에 전시회도 열어주고 영구 전시도 하고 상금도 준다니 일석삼조. 실제로 지난해보다 9개 늘어난 30여개 학교의 디자인학과가 참여해 학생수 및 출품작수 면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지난해보다 350여명 늘어난 12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사실 이 사장은 디자인계에선 유명인사다. 각종 기업체의 광고와 인터넷 사이트 디자인 등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최근에 폐막된 칸국제광고제와 아시아그래픽어워드에선 동시에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나이보다 5년은 젊어보이는 그에게선 아직도 소년의 냄새가 난다. 웬만한 기업으로선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이런 행사를 추진한 데서도 알 수 있듯, 이 사장이 벌이는 일들은 하나같이 괴짜스러우면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순식간에 잡아끈다.
지난 5월 이 사장이 인터넷에 연 이상한 생선가게 ‘네오피시
(http://www.neofish.co.kr)’는 지난 추석때 강남 일대에서 주문이 폭발해 품절소동을 빚었다. 또한 나이키 브랜드 제품 전문 쇼핑몰 ‘팝슈(http://www.popshoe.com)’는 나이키 마니아들은 물론 스포츠용품 구매자들 사이에서도 명성이 높다.
“디자이너는 새로운 발상과 참신한 기획으로 승부하는 사람입니다. 무대가 어디건 분야가 뭐건 상관없습니다. 디자인블루엔 그런 신념으로 똘똘 뭉친 친구들이 40명이나 있습니다. 조만간 우리의 역량을 총집결해 한국 디자인계는 물론 문화계·연예계와 인터넷가까지 깜짝 놀랄 만한 일을 벌일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