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모니터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만과 세계 생산국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모니터업체들의 대만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 모니터업체들은 전반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15% 정도 늘어난 4000만대의 제품을 생산해 세계 각국에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연초 올해 모니터 시장규모를 1억2000만대로 전망했으나 PC시장 축소, 전세계적인 IT시장 위축에 따라 지난해 1억600만대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다소 줄어든 1억대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만업체들이 해마다 전체 수량의 절반 수준에 이르는 5000만대를 생산, 세계 최고의 모니터 생산국으로 위상을 지켜온 것을 감안할 때 올해 우리나라 업체들은 4000만대를 생산·판매하면서 그동안 해마다 2000만대 정도 나던 격차를 1000만대 수준으로 줄여 상당히 선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올해와 같은 성장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2∼3년내에 대만을 누르고 세계 최고의 모니터 생산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업체들이 어려운 경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것은 △대규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확보 △자가브랜드 수출확대 △중소 모니터업체들의 약진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OEM의 매출에 의존하는 대만 모니터업체들이 세계 메이저 PC업체의 판매감소로 고전을 겪고 있고, 수익성 악화로 경영이 어려운 많은 중소 모니터업체들이 통폐합되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업체별로는 지난해 1800만대의 모니터를 생산해 세계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올해 작년대비 23% 가량 증가한 2300만대를 생산, 세계시장에서 22%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LCD모니터 시장에서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200만대를 생산·판매하면서 이 분야에 내로라 하는 일본의 NEC, 후지쯔 등을 누르고 올해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이외에도 OEM시장에서 델컴퓨터, 컴팩컴퓨터 등 세계 1, 2위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데다 전세계 40개 국가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자가브랜드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같은 성공의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043만대를 생산, 근소한 차이로 필립스를 제치고 생산대수 기준 2위에 오른 LG전자는 3분기까지 판매대수가 작년 동기대비 20% 가량 줄어든 650만대에 그치긴 했으나 4분기 동안 450만대를 생산해 당초에 예상했던 1100만대 생산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솔전자, 이미지퀘스트 등 중견 모니터 제조업체들도 어려운 경기상황에서도 판매대수를 소폭이나마 늘려가고 있다. 한솔전자는 지난해 대비 27% 늘어난 190만대를 판매할 전망이며 이미지퀘스트는 이와 엇비슷한 189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아이엠알아이도 지난해 대비 30% 늘어난 50만대 규모의 모니터를 공급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업체들이 모니터 시장축소에도 불구, 삼성의 매출급증, 중견 모니터업체들의 시장수성 등에 따라 전세계 모니터시장에서 4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도에 LG전자의 분발과 중견기업의 약진이 올해 못지 않게 이루어진다면 대만 추월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