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거래 관련법률 정비 이대로 좋은가>(5)소비자 보호만 능사인가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이 표류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영역문제와 분쟁조정, 전자상거래진흥과 소비자보호 관련 등에서 부처간 이해가 엇갈리고 입장차도 커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 법안상정이 어렵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까지 이해가 엇갈려 부처간 밥그릇 싸움의 총체로까지 비춰지던 이 법안은 소비자보호라는 중차대한 목표는 뒤로 한 채 한동안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안의 주요 골자=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의 확대와 이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안에는 사업자가 소비자의 사전동의를 얻지 않고 전자문서를 송신해놓고 해당 전자문서에 의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도록 했다.

 소비자의 조작실수 등 의사표시 착오로 인한 피해가 방지되도록 했으며 전자결제업자는 반드시 소비자의 의사표시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했다.

 대금지급과 관련, 정보의 보안 유지의무를 강화하고 배송과 관련한 분쟁발생시 배송사업자가 분쟁해결에 협조토록 의무화하는 등 소비자에게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사업자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개인정보의 위변조, 도용 및 제3자로부터의 수집 등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보상을 위한 보험계약, 소비자 피해보상금의 지급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기관과의 지급보증계약 등을 권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외 각종 위법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직접 조사·제재할 수 있도록 직권조사·시정명령·과징금제도를 도입하고 시·도지사의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공정거래위원회의 관할로 이관하며 사업자에 대한 평가·인증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및 단체에 대해 평가 및 인증에 관한 기준이나 방법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공정위의 영역과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법안표류의 이유=인터넷이용의 확대에 따라 전자상거래의 범위가 크게 넓어지고 있어 기존 소비자보호 규정과는 다른 인터넷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소비자보호가 필요하다는 대전제에는 이의가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부처간 관할영역과 이에 대한 대립이다.

 기존 전자거래기본법부터 정보망법, 전자서명법 등 기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안들을 굳이 새로 제정해 업무중복, 이중규제 등의 문제를 야기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법안제정에 반대하는 부처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부처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어떤 방향으로 법제정을 끌고갈 것인가가 아닌 법제정 필요성의 유무 논란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법안 소관부처인 공정위는 개인정보보호가 개인의 명예·프라이버시 보호나 정보망이용의 안전확보 차원을 넘어 거래의 신뢰확보 및 거래에 참여하는 소비자보호와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되므로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직접 주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보망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이용에서 주관부처인 정통부 역할이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전자상거래뿐 아니라 향후 교육, 의료분야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정보망을 이용한 개인정보의 전송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 허용기준은 해당 부서에서 관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이에 대해 업무의 중복 및 개인정보보호가 직제상 정보통신부 업무에 속한다는 사실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이미 정보망법에서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및 제공, 이용자의 권리 및 분쟁조정 등에 관해 포괄적·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정통부가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일괄추진해야 업무의 통일성을 기할 수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는 재화 등의 구매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보호 문제와는 별개라는 것이 정통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해킹, 바이러스 등으로부터의 보호, 기타 정보망의 기술적 안전성 확보 및 정보망 이용자 보호의 일반적 원칙에 관련된 사항은 정보통신부가 담당하고 개별 거래분야 특성을 감안한 개인정보보호 관련사항은 각 개별부서가 담당한다는 조정안이 마련됐지만 양측 모두 양보할 입장이 아니다.

 또한 법제정을 통한 사업자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인터넷 전자상거래 확대와 인터넷 정보통신 강국의 길이라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흔들리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산업자원부의 입장처럼 국내 전자상거래의 전반적인 현황 및 실태에서 볼 때 소비자보호를 위한 법률안은 지나친 기업규제로 이어지며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규제의 최소화와 민간 자율규제의 원칙과도 상충된다는 논리다.

 ◇무엇을 해결해야 하나=전자상거래가 성숙한 단계는 아니지만 가능한 한 초기부터 건전한 상거래를 유도하고 소비자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여전히 소비자는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보호문제에 대해서는 기업규제보다는 소비자의 권리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소비자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따라서 전자상거래등에 관한 소비자보호법 제정의 토대에는 공정한 거래의 촉진과 함께 소비자와 사업자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자율적인 소비자보호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외대 이은영 교수는 “전자상거래로 표현되는 온라인거래는 아직까지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기존 오프라인 거래와 같다”며 “따라서 아직까지는 규제나 처벌보다 사업자의 정확한 정보제공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피해 예방과 나아가 소비자책임을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기존 오프라인에서는 명확했지만 온라인화하면서 복잡하게 얽혀버린 부처간 업무영역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이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부처간에 시장선점 논리를 적용해 업무를 독차지하려는 시도보다는 적정한 분야에서 영역을 전문화하고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표 -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 추진 일지

 날짜 추진 내용

 2000.6.9 법제개정을 위한 연구용역 시행

 2000.6 법률안 시안작성 및 전문가 자문 등 추진

 2000.11.25 법 제개정을 위한 토론회 개최

 2000.12.7 제정안 국회 제출

 2001.1 관계부처 이견조정을 위한 ‘21세기 전자상거래포럼’ 구성

 2001.4.17 김민석 의원 대표 발의

 2001.6.18 국회 정무위에서 공청회 개최

 현재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계류중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