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워콤 민영화

 한국전력 자회사 파워콤의 민영화 작업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파워콤 민영화는 끊임없이 그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워낙 덩치가 크고 산업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아 시일을 끌어왔다. 따라서 한전이 이번에 입찰제안요청서를 보낸 것만 해도 민영화에 대한 한전의 적극적인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한전의 파워콤에 대한 민영화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입찰제안요청서 내용 때문일 것이다. 한전이 전략적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부사장·재무담당이사 등 요직을 한전 측 인사에게 배분토록 하겠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전은 파워콤을 민영화하더라도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 민영화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는 일임은 자명하다.

 물론 그런 내용이 없다 하더라도 한전이 대주주기 때문에 대주주 측에서 CEO를 공식·비공식으로 선임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그런데도 그런 내용까지 넣었으니 모양새가 좋아 보일 리 없다. 또 현실적으로 그런 내용이 없다 하더라도 파워콤 민영화가 원활하게 이뤄질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미 파워콤 인수를 탐낸 하나로통신이 초고속망업체인 드림라인을 인수한 상황이고 그나마 파워콤을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을 지닌 두루넷도 이제는 경쟁상대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다 한전 측이 기업을 인수하려는 측에 부담까지 지우는 내용을 넣음으로써 매입을 원하는 업체들을 한걸음 뒤로 물러나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파워콤 민영화를 유산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면 이번 조치는 현실감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파워콤 민영화는 많은 기대를 모았다. 파워콤은 전국적인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로서 그것이 민명화될 경우 그동안 민간부문의 거의 무제한 참여로 인해 빚어진 초고속망의 과잉·중복투자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져왔다.

 또 파워콤 민영화는 자유경쟁시장에서 효율을 더욱 높여 장기적으로 통신시장 완전개방에 따라 외국 업체와도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긴요하고 하루가 급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이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한전은 파워콤을 민영화하는 것에는 단서나 조건을 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 더욱이 장기적으로는 완전 민영화는 대세기 때문이다. 또 그런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은 한전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영기업체가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낙하산 인사를 하거나 또 그럴 만한 여지를 만들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한전은 파워콤의 경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정보사회에서 초고속망사업의 중요성이 큰 만큼 그것이 효율적이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과감한 민영화 작업에 나서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