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에 대한 기업 사용자들의 인식과 평가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공짜’와 ‘저품질’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져 기업업무용 통신서비스로는 기피 대상이 돼왔던 인터넷전화가 기업시장으로 빠르게 수요를 넓혀가고 있는데는 이같은 마인드 변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미 인터넷전화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은 인터넷전화의 비용절감 효과뿐 아니라 통화품질에 대해서도 대체로 만족해 하는 상황이다. 불과 지난해초 PC투폰 인터넷전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도 사업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더구나 기업용도로의 도입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실로 엄청난 변화라 할 수 있다.
벌써 6개월 전부터 인터넷전화를 도입해 쓰고 있는 통인물류 이호 사장은 “북미지역, 중국 등의 해외사업이 활발해지면서 국제통화가 많아졌지만 수년동안 써오던 일반전화를 인터넷전화로 바꾸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면서도 “월 500만∼600만원 가량 나오던 전화료가 150만원 정도로 격감한 것에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통화품질에 대한 완벽한 문제해결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업무통화에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통신상의 문제는 비단 인터넷전화의 문제뿐 아니라 인터넷망, 트래픽양 등과 상관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전화만의 기술적 문제라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얼마전까지 경제적 효과에만 집중돼 나타나던 인터넷전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통화품질, 편리성 등으로 훨씬 다변화돼 나타난다.
지난 8월부터 인터넷전화를 활용하고 있는 삼성물산 이재원 차장은 “전세계 선진국, 오지를 가릴 것 없이 모든 곳에 지사망을 갖고 있는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웬만한 테스트를 치른 후 인터넷전화를 도입했겠냐”고 되묻고는 “일반전화처럼 똑같이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30∼40%의 통화절감에 기존 전화와 구분이 안갈 정도의 통화품질이라면 의사결정권자들도 더이상 주저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비용절감 노력과는 다른 차원에서 대학교를 중심으로 인터넷 사용층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올초부터 인터넷전화를 도입해 국내 종합대학으로서는 최초로 인터넷전화 전면활용의 물꼬를 트다시피 했다. 이 학교 용인캠퍼스 정하욱 관리과장은 “시대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상아탑의 사람들이 인터넷전화 활용을 주저해서는 통신의 발전과 기술향상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며 “서울 본교와 지방캠퍼스를 잇는 전화에서 발생하는 비용절감 효과는 물론 통화상에서 전혀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변화가 인터넷전화의 성장에 커다란 에너지를 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과 최고경영층들이 인터넷전화의 통화품질과 사용상의 장점을 인식하지 못함은 여전히 인터넷전화업계가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특히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통화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무리 긴요하고 중요하다 하더라도 통화품질 문제의 완전한 해결, 또는 완벽에 가까운 개선을 인터넷전화 도입의 선결과제로 꼽고 있다는 점을 인터넷전화사업자들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