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각종 중요 정보를 보호할 국가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 구축을 놓고 행자부와 정통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9·11 미국 테러 이후 재난과 재해에 대비해 국가의 각종 정보를 보호할 재난재해대비용 백업시스템 도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정부가 운용하는 국가기간정보시스템의 원격지 백업센터를 구축키로 하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337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구체적인 실무작업에 착수했으나 시스템 구축과 운용주체를 둘러싸고 관계부처인 행자부와 정통부가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행자부와 정통부는 이번 ‘국가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 구축계획과 별도로 이미 오래 전부터 부처 및 기관별로 분산·운용되고 있는 전산환경을 통합하는 내용의 통합전산환경 구축에 관한 정보전략계획(ISP)을 수립해 적극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9.11 미국 테러사태 이후 정부 주요기관의 백업센터 구축에 관한 여론이 높아지자 추경예산에 이에 투자할 자금을 배정하고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기획예산처·행자부·정통부 등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5∼6차례의 회의를 갖고 국세통합정보시스템·수출입통관정보시스템·주민등록정보시스템·시군구행정종합시스템 등 4대 업무를 우선적으로 백업센터 구축업무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행자부와 정통부는 시군구행정종합시스템의 경우 지자체의 특성을 고려해 각 시도에 백업센터를 구축키로 하고 이에 합의했으나 나머지 국세통합정보시스템·수출입통관정보시스템·주민정보시스템 등의 백업센터 구축에 관해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행자부는 이들 업무의 경우 업무처리 특성상 통합백업센터보다는 분산백업센터를 구축해 처리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긴 하지만 불가피하게 통합센터로 운용해야 한다면 전자정부 업무를 주관하고 있는 행자부가 운용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백업센터를 구축해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통합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이를 운영하는 것도 국가전산프로젝트 운용경험이 풍부한 한국전산원 등에 맡겨 기존의 건물과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낫다고 반박했다. 정통부는 국가정보화를 주도하는 부서로서 통합백업센터 운용주체는 당연히 정통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두 부처의 입장이 이렇게 상이하게 부딪치자 전자정부특위가 나서 조정작업을 벌이고는 있으나 국가정보화의 운용주체로서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경우 향후 있을 다른 국가정보시스템 프로젝트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당초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을 완료키로 했던 국가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 구축사업이 양측의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백업센터 통합에 대한 논의는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감안해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지만 업무의 최적화를 위해 합리적인 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현재의 논의가 통합이냐 아니냐를 넘어 전자정부 구현의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해야지 부처 이기주의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