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의 통신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휴대폰 가입자가 1억3000여만명을 기록해 이미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최대 이통 대국으로 올라섰다.
시장조사 회사 가트너(http://www.gartner.com)는 ‘WTO 가입으로 개방될 중국 통신시장 공략 방안(Mobile Opportunities in China)’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이통시장 빗장 푼다=지금까지 외국 회사들이 중국에서 이통 서비스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기회는 큰 제한을 받았다. 더욱이 외국 회사가 중국 이통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 회사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홍콩 및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 등에 투자해 투자수익을 올리는 길밖에 없었다. 세계 최대 이통 회사인 영국의 보다폰과 이통 투자회사인 허치슨이 각각 이러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중국 이통시장도 WTO 가입으로 어느 정도 개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WTO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외국 투자자들이 베이징과 광저우, 상하이 3개 지역 이통 사업자 지분의 25%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이어 앞으로 3년 안에 그 비율을 49%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통신시장 개방일정을 밝혔다.
◇신규 사업자 선정=중국은 또 오는 2004년까지 이통 사업자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벌써부터 차이나네트컴과 지통네트워크커뮤니케이션스 등은 유력한 차세대 이통 사업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참여로 중국 통신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체제를 갖추게 되면 외국 기업들의 참여 폭은 그만큼 넓어질 수밖에 없다. 신규 사업자들이 해외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것이 분명하다. 이 때에는 특히 무선 주파수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하거나 네트워크 건설 경험이 풍부한 이통 업체들과 관련분야 마케팅을 지원할 수 있는 경영 컨설팅 업체들도 각각 중국 업체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전망이다.
독일 지멘스의 경우 중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3G 기술(TD-SCDMA) 개발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또 일본 KDDI와 우리나라 SK텔레콤도 최근 잇달아 중국 2위 이통 업체 차이나유니콤과 잇달아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중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통신장비=휴대폰과 기지국 등 이통 장비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은 지금까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으로 자국 시장을 철저하게 보호해왔다. 일례로 휴대폰과 기지국 등의 장비(완제품)를 들여오려면 기본 관세 12%에 17%의 부가세를 매겼다. 또 지난 6월 일본과 무역분쟁이 발발한 후 중국 정부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휴대폰 등 통신제품에 대해 무려 100%의 긴급관세를 물리기도 했다.
또 특히 휴대폰 분야에서 외국 업체들은 중국에서 판매한 물량만큼 중국 제품을 해외 시장에 역수출해야 하는 부담도 떠안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 통신장비 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즉, 중국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세워 중국 현지에서 제품을 조립, 생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WTO 가입과 함께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앞으로 외국 업체들의 참여 폭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물론 그 기회는 그동안 중국 기업과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스웨덴의 에릭슨을 비롯해 미국의 모토로라, 핀란드의 노키아 등에게 가장 먼저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이들은 앞으로 중국 업체들의 이통 시스템 및 단말기 개발 등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황금어장으로 떠오르는 중국 이통시장에서도 노른자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신기술=또 앞으로 2.5세대(G) 및 3G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음성뿐만 아니라 데이터 통신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 업체들의 중국 진출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최근 단문 메시징 서비스(SMS)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데이터 통신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또 중국 이통 업체들 사이에서는 최근 다른 회사 통신망과도 원활한 음성 및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로밍(roaming) 기술을 비롯해 인터넷 콘텐츠 가공 및 전송, 이동 전자상거래(m커머스) 관련 기술에 대해서도 최근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