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방송의 디지털화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의 선진국 영국에서는 벌써부터 관련 업체들간 명암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일본경제신문이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위성방송인 B스카이B는 가입자의 급증으로 아예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고 디지털로 전면 돌아선 반면 지상파 방송인 ITV는 가입자가 늘지 않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98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방송의 디지털화가 본격화한 영국에서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진행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호주의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회장이 이끌고 있는 B스카이B는 당초 예정보다 1년 앞당겨 지난 9월 말로 아날로그 방송을 깨끗이 정리했다. 대신 지금은 98년 10월 개시한 디지털방송에만 전념하고 있다. 디지털 가입가구는 불과 2년만에 550만을 넘어섰다. 한 때 400만을 넘었던 아날로그 가구는 14만 정도로 격감했다.
B스카이B가 조기에 전면 디지털화로 전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 회사의 공격적인 정책에 있다고 일본경제신문은 분석한다. 디지털로 서비스 전환을 원하는 아날로그 가입자에게 디지털 세트톱박스(STB)와 안테나를 무료 제공하는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디지털방송의 특징인 양방향성을 살린 새 서비스를 계속 내놓는 점도 이 회사 성공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에는 프로축구 중계와 연계한 갬블(도박) 프로그램을 개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최초 골이 시합 개시후 몇 분만에 나올까’라는 질문에 대해 시청자는 1.5파운드를 걸고 도전해 답을 맞혀 당첨될 경우 최대 3000파운드를 받는다.
디지털방송의 호조로 B스카이B는 7∼9월 영업 이익이 4500만파운드로 작년동기비 23%나 증가했다. 가구당 연간 이용료도 317파운드로 8% 늘었다.
이에 반해 98년 개국한 지상파 디지탈방송 ITV디지털은 B스카이B의 기세에 눌려 고전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해 가입가구는 120만에서 더 이상 늘지 않고 정체된 상태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사인 민간방송사 그라나다와 칼톤은 한 때 사업 철수까지 검토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민간 디지털방송이 B스카이B의 독점 상태로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 현재 민관 공동으로 방송을 계속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98년 지상파·위성·케이블TV의 디지털방송이 일제히 시작, 이미 전 가구의 약 3분의 1인 900만 가구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2006∼2010년 사이에 모든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할 방침이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