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에듀테인>내년 극장개봉 예정 국산 애니 `마리이야기`

 ‘마리이야기’의 조용한 반란이 시작되고 있다.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명성을 얻은 이성강 씨가 감독을 맡고 씨즈엔터테인먼트(대표 조성원)가 프로덕션을 진행하고 있는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가 개봉을 한달여 앞두고 애니메이션업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금까지 극장용 애니메이션 분야는 미국의 디즈니, 드림웍스, 그리고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등 거대 다국적 기업과 일본의 우수 작품들이 시장을 완전히 점령한 상태. 지난해 단 한편의 국산 애니메이션도 극장에 걸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마리이야기’는 지난 98년 처음 기획된 이후 1년6개월간의 시나리오 작업과 스탭구성, 제작에 1년 6개월 가량을 투자하며 장장 3년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탄생한 국산 애니메이션의 기대주다.

 ‘마리이야기’는 우선 시나리오의 독창성에서부터 기존 국산 애니메이션들과 구별된다.

 그동안 국산 애니메이션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로봇메커닉들이 출연해 숱한 어려움을 겪다가 악당들을 물리치는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반복해서 보여줬다. 하지만 ‘마리이야기’는 열두살 소년 남우가 환상의 소녀 ‘마리’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고스란히 알아채는 동물들, 살아서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식물들, 그리고 중력조차 느껴지지 않는 듯 하늘을 떠다니는 소녀 마리 등 남우는 현실과 환상을 교차하며 무수히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얼핏 보면 애니메이션의 소재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평범한 것 같지만 ‘마리이야기’는 12살 소년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통해 바쁜 일상에 찌든 어른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한마디로 ‘마리이야기’는 20대 성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마리이야기’가 돋보이는 것은 한편의 수채화 같은 그래픽에 있다. 이 작품은 채색, 캐릭터, 원화, 동화, 3D배경, 2D배경, 특수효과 등의 모든 그래픽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2D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을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청회색, 녹회색, 황회색 등 잿빛을 기조로 해 파스텔의 음영을 덧입힌 환상적인 색채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빛의 향연을 보여준다.

 또 ‘마리이야기’는 이병헌, 배종옥, 안성기, 공형진, 장상선, 나문희 등 내로라하는 인기 스타들이 목소리 연기자로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국산의 극작용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짊어진 ‘마리이야기’는 1월 18일 개봉될 예정이다. 아직 국내 애니메이션 팬층이 열악한 점을 감안할 때 성공을 장담하기가 싶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제작사인 씨즈엔터테인먼트의 조성원 사장은 “특수효과와 카메라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그동안 소재의 차별성을 지녔던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동층을 공략하기보다 영화와 당당히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