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의 효자품목이었던 탄탈 커패시터가 대체품목의 급성장으로 벼랑끝에 몰렸다.
탄탈 커패시터는 알루미늄 전해 커패시터에 비해 주파수 특성, 온도 특성, 누설전류 특성 등이 우수해 비교적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용량을 유지해왔다. 더우기 지난해 탄탈 파우더의 공급부족으로 생산업체들에 물량부족이라는 즐거운 고민을 안겨주기도 했던 탄탈 커패시터의 사정이 바뀐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절대적인 매장량 부족(지구 전체 질량의 100만분의 4, 월 생산량 약 200톤)과 지난해 수급불안 사태로 회로 개발자들의 인심을 잃게 된 탄탈 커패시터가 여타 품목의 공세에 시달리게 된 것.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의 용량 확대와 알루미늄 전해 커패시터의 용량 축소, 니오븀(Niobium) 커패시터의 개발로 탄탈 커패시터의 입지(시장규모 월 2500억원, 평균단가 90원에 28억개 추정)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대체품목의 추격=저용량 분야에서는 MLCC가, 고용량 시장에서는 알루미늄 전해 커패시터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탄탈의 사용량은 0.1∼470마이크로패러드(㎌). 저용량인 MLCC는 10㎌까지 상용화 가능성이 점쳐지며 고용량인 알루미늄 전해 커패시터는 100㎌까지 용량을 소형화하는 추세다.
결정타는 탄탈과 함께 채취되는 니오븀이 던졌다. 니오븀을 분말로 사용한 커패시터는 40년대부터 연구돼 가시적 성과를 올리지 못해왔으나 최근 각 업체가 개발에 성공, 거의 동일한 용량대에서 탄탈을 대체할 것으로 점쳐진다. 니오븀 커패시터는 현재 탄탈의 90% 수준까지 성능이 개선된 상태로 NEC·히타치·엡코스(Epcos) 등 외국업체와 삼성전기와 파츠닉(옛 대우전자부품) 등 국내업체들이 시장이 열리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 KEMET의 알루미늄 폴리머 커패시터 등이 낮은 ESR 값과 100㎌대의 용량을 내세우며 탄탈의 불안한 입지를 겨냥하고 있다.
◇그래도 활로는 있다=탄탈에도 분명히 활로는 있다. 0.1∼470㎌ 범위에서 온도특성 등이 가장 우수한 것은 아직도 탄탈의 자랑이다. 탄탈의 가격이 급상승해 MLCC 대체가 활발했던 지난해에도, 이동전화의 경우 대당 10∼30개의 탄탈 커패시터는 빠지지 않았다. 니오븀의 도전도 파우더 가격부담이 적은 소용량 제품의 경우에는 충분히 따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세트 설계에 따라 반드시 쓰이는 것이 탄탈 커패시터여서 아직까지도 개발의뢰가 끊이지 않는다”며 “동일 크기에서 파우더를 작게 만들어 용량을 키우거나 ESR 값을 낮춰 고주파 성능을 더욱 높이고 이산화 망간 대신 전도성 고분자를 음극체로 써 신뢰성을 높이는 등 성능 개선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업체 전략=국내에서 탄탈 커패시터를 생산하는 파츠닉과 삼성전기는 탄탈을 버리지는 않되 니오븀 시장에 철저히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월 6000만개의 생산능력을 갖춘 파츠닉은 1608크기(1.6×0.8㎜), 4.7㎌ 제품을 주력제품으로 내세워 MLCC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파츠닉은 탄탈 커패시터 나름대로의 특성 때문에 시장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며 IMT2000 시장이 열리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생산시설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파츠닉은 이와 함께 니오븀 커패시터의 개발을 추진, NEC 등 일본업체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양산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중국 톈진, 필리핀, 수원 공장에서 2012크기(2.0×1.2㎜) 탄탈 커패시터 제품을 주력으로 양산중이며 내년중 1608크기 신규제품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증산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또한 용량이 낮은 니오븀 커패시터를 개발해 내년봄까지 테스트를 완료하며 시장상황에 따라 고용량 제품으로 이전한다는 전략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