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로 돌아갈까, 벤처에 남을까.’
최근 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벤처지원센터(BVC)에 입주해 있는 대다수 벤처기업인들의 주된 고민거리다.
BVC에는 전체 입주업체 24개 가운데 생명공학연의 연구원 신분으로 창업한 벤처만 17개에 달한다. 이들 연구원 겸직 벤처CEO들은 대부분 연말이면 창업 후 만 2년째를 맞는다.
연구소에서 겸직 시한을 창업 후 2년으로 규정해놨기 때문에 이들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향후 거취에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2년 전 당시 창업한 연구원들이 연구소에서도 내로라하는 쟁쟁한 인물들인 탓에 이들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 것이 사실이다. IT 분야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위해 벤처기업인으로서의 성공 여부가 주목받은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이들의 행보를 보면 예사롭지 않다. 이미 3명의 CEO가 벤처에서 떠나 연구소로 유턴했다.
응용미생물세제 전문기업인 바이오알앤즈를 설립한 윤병대 박사는 올초 CEO 자리를 바이오벤처협회 이사를 지낸 조성복 박사에게 넘겨주고 연구소로 복귀, 지금은 회사 CTO 역할만 맡고 있다.
형질전환 복제동물인 ‘보람이’를 탄생시킨 이경광 박사도 지난해 5월 애니젠을 설립했으나 창업 1년여 만인 지난 여름 두산기술원에 몸담고 있던 황윤식 박사를 CEO로 영입,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 및 항암제 개발 전문업체 에이스바이오텍을 설립한 박영훈 박사도 지난 3월 바이오업체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진출한 이지바이오의 지원철 사장을 CEO로 영입하고 본인은 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같은 현상은 본래 연구원 출신이던 이들이 연구와 사업을 병행하면서 업무량이 늘어나는 데다 사업체가 커질수록 자신의 경영 능력에 일정부분 한계를 느끼는 CEO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보다 경영능력이 뛰어난 CEO를 영입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겸직 시한이 돌아오는 다른 벤처기업인들 역시 CEO 영입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가시화되고 있다.
정준기 바이오벤처지원센터장은 “연구와 사업을 함께 가져가기에 부담을 느끼는 실험실 창업 연구원들이 늘고 있다”며 “내년 초쯤이면 연구소로 복귀하는 연구원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