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학계를 움직이는 사람들>(41)광파이버, 증폭기 분야

 지난 7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정만영 부소장은 국내는 물론 국외의 광통신 권위자를 하나둘 모아 세미나를 열었다. 대기업의 중역과 반도체업체 관계자들이 모여 유망기술인 광섬유 기술에 대한 투자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강연자 가운데 한명인 백운출 박사는 광섬유의 상품화를 위해서는 광케이블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엄청난 자금부담이 있으므로 기존의 전선회사에서 이를 시도하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케이블 회사의 인력과 기술로 광섬유 제조가 어려우니 KIST가 개발을 주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논지였다.

 이듬해인 78년 KIST에 금성전선과 대한전선이 공동투자, 개발에 착수한 것이 한국 광섬유 제조의 효시다. 이때 KIST에서 한택상 박사, 김병윤 교수 등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 주역이 최상삼 현 광주광기술원 원장(61)이다. 최 원장은 당시 광섬유의 특성을 1㏈ 미만으로 개선, 0.3㏈에 이르는 설계를 완성해 한국전력 부산지점에서 토성동 변전소까지 케이블을 가설하는 데 성공한다.

 71년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최 원장은 이후 센터내셔널러셰어셰이의 객원 연구원과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원을 거쳐 국내에 들어와 광섬유 연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광주광기술원이 설립되면서 원장으로 취임한 최 원장은 기능성 광섬유인 광섬유 레이저, 광섬유 그레이팅 연구 등을 계속해서 이끌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1호 교수인 백운출 교수(67)는 벨연구소에 재직하던 70년대 후반 국내 광섬유 산업을 제안한 후 90년대 초반 귀국했다. 상공부 산하 종합연구소, 생산기술연구센터 등을 거치며 국내 광섬유 연구를 이끌어 오다 94년부터 광주과기원 1호 교수로 임명돼 후학양성에 힘쓰는 한편 증폭기, 광섬유 격자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 교수는 한국 광통신 분야 활성화를 위해 포토닉스콘퍼런스학회를 조직했으며 아시아권 국제 광통신학회인 OECC(Optoelectronics and Communications Conference)를 조직, 광통신 기술의 입지를 다졌다. 백 교수는 종래 1m 이하의 인출속도를 20m까지 가능하게 하는 대형 광섬유 모재의 고속인출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 광섬유의 가격을 1∼2달러에서 5센트까지 떨어뜨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또한 장파장용 DSF 광섬유를 개발하는 등 세계적인 업적을 남겨 한림원 공학상, 미국 학술원(NAE)의 정회원으로 추대되는 등 업적을 인정받았다.

 78년부터 진행된 광섬유 개발은 79년 광화문 전화국과 중앙 전화국간의 2.3㎞ 구간을 연결하는 광케이블 포설이라는 성과를 얻게 된다. 광케이블 전송실험은 80년 부산지점, 남부산지점간 1.2㎞, 서울중앙전화국과 남산 KETRI간 1.9㎞, 81년에는 구로전화국과 안양전화국간의 12㎞ 등을 가설하게 된다.

 광케이블 포설 및 광전송실험을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은 현재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ICU)에 재직중인 강민호 교수(55)다. 강 교수는 77년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70년대 말 귀국, 전자통신연구소 광통신 연구실장으로 근무하며 당시 체신부와 함께 각종 광통신 가설사업을 벌였다. 강 교수는 이후 과기부 전기전자연구조정관, 한국통신 연구개발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연구성과를 남기게 된다. 강 교수는 현재 물리적 네트워크와 IP를 결합시키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광섬유 개발은 82년 대한전선, 금성전선, KIST가 공동투자한 한국광통신주식회사가 광섬유 생산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국산화 단계를 밟게되며 삼성전자와 ITT, 대우와 노던텔레콤, 금성전선과 AT&T, 대한전선과 스미토모 등이 제휴한 4개 회사가 국내에서 탄생함으로써 광섬유는 물론 광수동소자, 증폭기, 광부품에 대한 경쟁적인 개발이 계속됐다.

 KIST 이상배 박사(45)는 최상삼 원장의 KIST 재직시절 응용광학연구실에서 광섬유 국산화 과제에 참여해 왔으며 현재 광기술연구센터 센터장으로 재직중이다. 이 박사는 88년 나비넥타이형 편광유지 광섬유 개발을 성공해 LG전선에 기술이전했으며 92년 국내 최초로 어븀첨가 광섬유, 광섬유 광증폭기 모듈, 어븀첨가 광섬유 레이저 등을 개발해 삼성전자, 대우통신, 한국통신 등이 광섬유 광증폭기 사업에 뛰어들게 했다.

 94년부터 광섬유 격자 개발에 착수한 이 박사는 광섬유 격자용 광민감성 광섬유 및 장·단주기 광섬유 격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이 박사는 또 96년 삼성전자와 광섬유 파장분할 다중통신용 광증폭기의 핵심소자인 장주기 광섬유 격자기술 개발을 시작해 99년 상품화에 성공했으며 97년에는 한국통신과 함께 파장분할 다중통신용 광섬유 격자 전광분기 결합기를 개발해 우수한 결과를 얻어냈다.

 이 박사는 2000년 남해대교에 이중 광섬유 격자센서 적용실험을 수행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거듭했고 현재는 광섬유 격자 DFB레이저 개발, 고정밀 광섬유 격자 센서 개발, 초고속 광통신용 광섬유 격자 색분산 보상기 및 편광모드 분산보상기의 개발에 힘쏟고 있다.

 KAIST 정윤철 교수(45)는 94년 KAIST 교수로 부임한 이래 국내에서 비교적 생소했던 파장분할 다중방식(WDM) 광통신 기술을 국내업체에 소개하고 WDM 광통신 시스템의 파장안정화 장치, 스펙트럼 분할방식 수동형 광가입자망, WDM용 광증폭

기 등 여러가지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정 교수는 광섬유당 전송용량이 1.28Tb/s에 달하는 초대용량 장거리 WDM 완전 광전송망을 시연한 바 있다. 정 교수의 연구실은 99년 과학기술부 국가지정 연구실로 선정된 후 WDM 광통신망의 성능감시 및 장애복구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국제학회에서 20여편의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비영점 분산천이 광섬유 등 새로운 광섬유가 속속 개발되는 추세를 국내 업체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감안, 신규 광섬유에 대한 특허를 2건 출원하고 테라링크커뮤니케이션스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해 상품화를 기획하고 있다.

 파이버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KAIST 김병윤 교수(48)는 스탠퍼드대, NASA 등을 거쳐 KAIST 교수로 재직하던 중 휴직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에 노베라옵틱스를 설립해 벤처에 직접 뛰어들었다. 김 교수는 파이버 튜너블 필터와 레이저, 어븀 첨가 광섬유 증폭기형 광원을 이용한 광섬유, 파이버 레이저의 편광특성 등의 분야에 연구성과를 가지고 있다. 그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1억달러의 자금을 유치, 노베라옵틱스를 99년 5월 설립하고 미국에 머물며 사업화에 힘쓰고 있다.

 전남대 물리학과 이형종 교수(44)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학교를 잠시 떠나 사업화에 나선 케이스. 서울대, KAIST를 거쳐 벨연구소에서 컨설턴트 및 스태프로 활약한 이 교수는 실리카베이스 웨이퍼 위에 막을 씌워 광도파로를 만드는 PLC 기술의 권위자다. PLC는 기판위에 에칭을 통해 광통신회로를 구성함으로써 기존 광통신부품에 비해 집적화 및 복합화가 쉬울 뿐만 아니라 8채널 이상의 다채널 소자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재열처리가 76SiO2-14B2O3-6Na2O-4Al2O3 유리박막의 광학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 실리카 광도파로 소자, 실리콘 기판의 광집적 회로를 위한 파이렉스 무능력 도파박막 등의 연구성과를 가지고 있는 이 교수는 현재 PLC 기술을 바탕으로 광부품 업체인 PPI를 설립, 효율과 수율을 개선하는 등 제품개발에 힘쓰고 있다.

 충남대 물리학과 이동한 교수(43)는 레이저용 파이버와 어븀 광증폭기 등을 연구한다. 미국 브라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교수는 89년부터 3년간 벨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한 뒤 92년 충남대 부교수로 재임했다.

 벨연구소에서 태평양 해저케이블 연구를 진행한 이 교수는 국내에 들어와 대우통신과 광 증폭기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 WDM에서 채널수를 늘릴 수 있도록 넓고 평탄한 영역을 얻는 증폭기를 개발했다. 또 WDM시스템에서 광 신호를 넣고 빼는 애드드롭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 이득평탄화기술을 적용, L밴드 35㎚까지 평탄화 성과를 올렸다. 이 교수는 또 최근 라만 증폭기 연구에 착수했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박남규 교수(36)는 어븀, 라만, 툴륨 광증폭기와 비선형 파이버 등의 연구성과를 가지고 있다. 박 교수는 광주과기원 오경환 교수와 함께 97년부터 국가지정 광증폭기 연구센터를 이끌며 국제저널에 20여건의 논문, 30여번의 학술대회 발표, 15건의 특허(국제특허는 7개) 등 광증폭기에 대한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쳐왔다.

 세계적으로도 흔치않게 어븀, 라만, 툴륨 등 여러가지 광증폭기에 대한 연구성과를 가지고 있는 박 교수는 기존 1530∼1610㎚ 대역인 광증폭기에 비해 2∼3배 먼 거리까지 증폭시킬 수 있는 증폭기를 개발해 냈다.

 박 교수는 또 비선형 파이버에 대한 연구를 통해 0.08㎚ 단위로 파장을 세분, 800개의 다른 채널을 구현할 수 있는 레이저를 개발해 파장 표준화 광원 측정 및 안정화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 교수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서울대생들이 주축이 된 룩스퍼트라는 벤처업체를 설립해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룩스퍼트는 향후 2년간 표준연구소와 함께 이 제품의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