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주제-IT기업 아시아 시장 진출전략

 정보기술 분야 산·학·관·연 전문가들의 모임인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서진구 코인텍 사장)의 11월 월례 조찬 토론회가 전자신문 주관으로 27일 오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 금강홀에서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IT기업의 아시아 시장 진출전략 및 과제-중화권 WTO 가입에 즈음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조찬 토론회에서는 강문석 TG아시아벤처 사장(한국 IT산업의 새로운 기회, 아시아 시장), 강성재 아이큐브 사장(한국 SW기업이 갖는 아시아 시장 기회와 도전), 이준수 팬택 전무(무선단말기산업의 아시아 시장 진출전략) 등이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주제를 놓고 1시간 가량 열띤 토론를 벌였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간추렸다. 

 

 ◇성규영(에어아이 사장)=우리 회사는 무선 인터넷 콘텐츠 업체로 오래 전부터 해외 시장을 개척해왔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보면, 무선 인터넷 분야의 콘텐츠와 서비스는 두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첫번째는 우리나라가 CDMA 방식의 이동전화기술을 채택했기 때문에, CDMA 방식을 적용한 해외지역으로의 진출은 콘텐츠의 차별성을 가지고 해야 한다. 우리와 똑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일본에 국내에서 개발한 콘텐츠를 가지고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유럽처럼 엔터테인먼트 관련 서비스가 활발하지 않은 지역에 우리 콘텐츠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국내 콘텐츠 업체들은 CDMA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홍콩 등에는 장비업체와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도 이 두가지 점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차별화해 진출하고 있다. 한편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현지 파트너를 직접 구해서 진출하는 방법과, 제3국을 통해 우회해서 진출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나은지 궁금하다. 

 ◇이준수(팬택 전무이사·영업본부장)=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지역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접근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도 상류층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펼치거나 중하위층을 타깃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시장 및 마케팅 대상에 따라 접근전략을 다르게 해서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기순(LGIBM PC 전무)=외부 환경이나 차별화 전략면에서 이동전화산업은 PC산업과 비슷하다. PC산업에서 한국은 7∼8년 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하다가 이를 대만에 다 빼앗겼다. 최근들어서는 중국등이 전문제조(EMS) 서비스에 나서는 등 도전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차별화할 수 있고 남들보다 빨리 갈 수 있는 부문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준수=PC의 경우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이 크지만, 이동전화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줄면서 중견기업들이 많이 도약하고 있다. 대만은 여러 업체들이 메이저 업체에 주문자제조설계(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e)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강문석(TG아시아벤처스 사장)=중국에서 이동전화 분야는 삼성전자가 입지를 세웠으나, PC분야에서는 롄샹 등 현지 업체가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그만큼 브랜드 공략은 힘들 것 같다. 따라서 장비를 납품하는 업체와 콘텐츠 업체들이 같이 진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종희(모다정보통신 사장)=강성재 사장이 발표한 내용 가운데,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기술개발 속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한편으로, 전문성이 몇개월이면 없어질 수 있다는 데 동감한다. 어떻게 하면 경쟁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또 중소기업들이 협업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강성재(아이큐브 사장)=경험을 통해 볼 때 협업은 어렵다. 일본도 실패한 경험이 있다. 소프트웨어는 선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어 협업이 힘들다. 하지만 레이어별로 놓고 보면 가능하다. 레이어를 나누고 인터페이스를 정의한 뒤 했을 때는 가능했다. 또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1등과 2등의 차이는 현격하다. 1등은 새로운 것을 정의하고 실행하나, 후발주자는 레퍼런스를 놓고 빨리만 하려고 한다. 접근방법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장기적인 포석을 깔고 선도적인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본다.

 ◇한상기(벤처포트 사장)=국내 기업들은 자체 인력과 기술을 가지고 아시아 현지 업체들과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 못지않게, 선진화된 금융기법을 토대로 유럽·미국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벤처캐피털들은 우리 기업들의 경험을 높게 보는데, 우리 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광대역·온라인 서비스 운영 경험을 갖고 있으나,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 기업들은 이같은 훌륭한 장점을 바탕으로 유럽·미국 파트너와 힘을 합치는 것이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만난 홍콩·싱가포르 벤처캐피털들이 오히려 이를 거론할 정도다. 아울러, 현재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미국의 벤처들은 아시아 시장에 신경을 못쓰고 자체 비즈니스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들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우리 것으로 소화해서 중국에 진출하는 것도 새로운 방법이다. 즉 우리의 기술만 가지고 진출하려 하지 말고, 주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끌어들여 현지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원규(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국내 IT기업들이 중국 및 아시아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역할도 필요하다. 세계는 문화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각각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동아시아 지역은 지정학적·문화적 공동 운명체 특성이 적은 것 같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한의 서해안·동해안 벨트, 홍콩, 대만, 오키나와 등을 잇는 이른바 ‘황해권 커뮤니티’같은 것을 구성해 국가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권기식(한국오라클 제품기술본부장)=지난 4∼5년 전에 비해 한국의 소프트웨어 업계가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오라클 제품을 가장 빨리 채택하는 나라가 한국일 정도로, 국내 기업들은 신기술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최신 기술은 빨리 받아들이면서도 꼭 해외 사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외국의 정보기술과 결합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또 아시아 지역에 진출하려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현지에 기반을 둔 다국적 업체들을 활용하고 이들과 연계하는 것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상경(인터넷메트릭스 사장)=우리 회사는 인터넷 관련 조사업체인데, 최근 외국 업체로부터 한·중·일 무선 인터넷 이용실태에 대한 조사 제안을 받았다. 일본 기업들의 경우, 소비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관심을 갖고 이같은 조사자료를 구매한다. 중국 진출시에도 이같은 자료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진 장점 중 하나가 서비스 운영 경험인데, 이런 자료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장세탁(BnC글로벌 사장)=한-중 수교 이후부터 중국에 관심을 가져왔다. 초기 중국 진출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에 맞춰 중국 진출 전략도 새로 요구된다. 그동안 정부나 기업들은 중간층 매니저들을 양성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투자하는 자금도 그것을 관리할 수 없는 인력이 없으면 결과를 낼 수 없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유통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는데, 앞으로 우리의 대처 노력이 필요하다. 자본과 기술이 아무리 많이 들어가더라도 유통이 안되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많이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이동전화 외에는 크게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소프트웨어 진출 방안도 빨리 세워야 할 것 같다.

 ◇강문석=중국은 WTO 규정을 분명히 지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실질적으로 뉴라운드가 끝나는 2004년 정도면 더 확대된 개방정책이 나올 것이다. 한편 중국은 소프트웨어에서 불법복제가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업체들은 현지화 차원에서 현지 업체의 인수합병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 지금 중국에서는 광대역 서비스나 리니지를 하기 위한 기반이 없다. 중국 정부가 투자를 막아버려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중국 시장과 한국 시장이 분명히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박영일(시스윌 회장)=시스윌은 컴퓨터통신통합(CTI) 기반의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한 운용 기술과 콘텐츠 노하우를 가지고 중국에 충분히 진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진출에 애를 먹고 있다. 강문석 사장이 한중무선기술벤처펀드를 이용해 중국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는데, 운용 기술과 콘텐츠 노하우를 가진 국내 업체들의 중국 진출을 지원할 계획은 있는가.

 ◇강문석=응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한국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십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독자진출보다는 합작진출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지인들의 마케팅 능력이나 지역 적응력을 활용해야 한다. 사실 응용 소프트웨어는 복제가 어렵기 때무에 중국에 진출하게 되면 성공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한편 한중무선기술벤처펀드가 조성되면, 이를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중국 업체들과 손잡는 것을 도울 계획이다. 또 300여개에 달하는 중국 벤처캐피털들과도 협력할 방침이다. 한편,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 현대사를 이해해야 한다. 특히 인력은, 최고의 엘리트를 꼭 투입해야 한다. 언어도 네트워크도 부족한 상황에서 인력도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패한다. 어설프게 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한상기=우리가 중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청나라까지의 것 뿐이라는 지적이 있다. 즉 우리는 중국에 대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언어뿐만 아니라 현대사나 중국의 기본적인 철학과 관련한 인력을 양성하고 공부를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성규영=회사 설립시 일본의 무선 인터넷 업체와 엔지니어링 협조체제를 갖추고 시작했다. 일본 업체는 제품을 설계해 한국에서 개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었다. 이 일본 파트너사는 중국에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베이징에도 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일본 파트너사는 개발과 엔지니어링 면에서 한국이 중국에 비해 도저히 경쟁이 될 수 없다고 판단, 중국지사 규모를 키웠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고부가 및 고급기술 분야에서만 협력하고 있다. 이를 볼 때, 주변 상황의 변화에 따라 협력의 모델이 바뀌고 있다. 변화하는 경향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서진구(코인텍 사장)=동일한 지리적 여건과 한자문화권에 있는 인접국가인 중화권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개방체제가 되면서 한국에 기회와 동시에 위기가 되고 있는데, 기회 측면이 높은 것 같다. 중국은 관세를 현재 13.3%에서 몇년 후 0%로 완전히 철폐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 중국보다 IT분야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가격보다는 품질과 서비스같은 경쟁요소에 집중해 성공적인 중화권 진출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