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曲소리` 무협 `哭소리`

 오는 30일 제38회 무역의 날을 앞두고 최근 국내 양대 수출진흥기관인 무역협회와 KOTRA의 역할과 그에 따른 위상 변화에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재철)는 8만여개 무역업체를 회원사로 보유 중인 국내 5대 경제단체 중 하나다. KOTRA 역시 해외 수출마케팅 진흥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적인 정부 투자기관이다. 따라서 이들 기관의 위상 변화는 우리나라 무역정책 기조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한다.

 ◇무협, 무역환경 변화에 내홍까지 겹쳐=지난해 1월부터 대외무역법상 무역업신고제가 폐지됨에 따라 무역업체의 협회 회원가입 의무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의무가입제 시행시 한 달에 2000여개 업체가 넘던 신규회원 수가 올들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협회 기획조정실이 지난 4월 대(對)회원서비스 현황과 개선 방향 모색을 위해 287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면접 대상 회원사의 절반 가량(47.7%)이 무역협회를 무역정보제공기관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대상의 35.1%는 인터넷 등 발달된 업무환경으로 대부분의 무역업무를 자체 처리하고 있어 굳이 협회서비스가 필요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절반 이상(54.6%)의 회원사들이 협회서비스에 대해 ‘그저 그렇거나 불만’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프 참조

 이 같은 협회의 위상 변화에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김재철 회장을 둘러싼 협회 내 내홍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무역협회 노조는 위원장 명의로 회장의 독단경영과 자회사 대표인선 문제에 대한 김 회장의 공식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회 직원들은 물론 무역업계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으며 지난 99년 2월 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은 이후 독단적인 협회 운영과 요직에 대한 인선 물의로 협회 안팎에서 신임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협회 노조는 무역센터 주차장 운영업체 선정문제와 협회 자산 매각·인수문제를 비롯해 코엑스·도심공항터미널, 최근에는 KTNET에 이르기까지 협회 자회사 대표직에 모두 회장 본인과 특수관계의 인사들이 임명된 점 등을 지적했다.

 이병무 협회 노조위원장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한 김 회장의 공식입장을 듣기 위해 전직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회장과 질의응답 시간까지 가졌으나 서로의 의견차만 확인한 자리가 됐다”고 밝혔다.

 ◇KOTRA, 개혁 드라이브 지속으로 제2의 중흥=요즘 KOTRA(대표 오영교) 직원들은 한마디로 ‘일할 맛 난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4월 취임 이후 본사인력 해외 전진배치, 전직원 연봉제, 해외무역관 지사화 사업, 대팀제 시행 등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오 사장에 대한 절대적 ‘신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다수 직원들의 평가다.

 이에 따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공기업 대상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던 KOTRA에 대한 무역업체의 인식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실제로 일선 수출입업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OTRA 지사화 사업’은 시행 1년여 만인 현재 670개 업체가 1130건의 지사화 계약을 맺어 1억7000여달러의 수출고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KOTRA 주도로 현재 공사가 한창인 고양국제전시장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면 국내 전시·컨벤션산업의 무게중심도 무역협회에서 KOTRA로 급속히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는 2003년 1차 완공되는 고양전시장의 총전시면적은 5만4000평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5배가 넘는 동양 최대 규모다.

 최근에는 ‘잡일’로 치부하던 지방자치단체의 통상업무 지원에도 적극 나서 내년도 전국 지자체 예산 중 KOTRA와의 협력 예산은 올해보다 140% 늘어난 177억원이 될 전망이다. KOTRA의 내년도 전체 예산 역시 수출진흥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위상 변화에 대한 산자위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당초보다 273억원이 많은 1295억원으로 증액돼 국회 예결위에 공식상정된 상태다.

 이에 따라 해외 시장 개척은 KOTRA, 국내 무역 인프라 구축은 무역협회식으로 획일 구분되던 산자부의 국가무역정책은 향후 양기관의 위상 변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화·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