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연구개발, 선택과 집중화 전략’이라는 부제를 달고 27일 내놓은 ‘2001년도 산업기술백서’는 우리나라의 연구개발투자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서는 뒤처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백서는 99년 우리나라 연구개발투자 상위 20개 기업의 총 연구개발투자액(5조9762억원)이 미국의 투자1위 기업인 포드자동차(8조5200억원)나 GM(8조1600억원) 등 1개사의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자료를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연구개발의 현실을 꼬집었다.
총 1조6000억원을 투자, 우리나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일본에서는 12위 수준이며 미국에서는 20위 기업인 컴팩사(1조9920억원)의 70%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이 백서는 지적했다. 이같은 차이는 물론 절대적인 회사규모의 차이에서 발생하지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비율에서도 일본이나 선진국에 비해 낮은 사실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면 일본기업의 경우 매출액 대비 연구투자비율이 8.5%, 미국기업은 9.5%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4.5%에 그쳐 왜 일본과 미국의 기업들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 우리나라 기업은 글로벌화되고 있는 연구개발흐름에서도 뒤처지고 있다고 이 백서는 지적했다.
99년 현재 우리 기업들은 총 11조9218억원의 연구투자비 가운데 불과 4.1%인 4955억원만을 해외에 투자했다. 이같은 비율은 98년 현재 평균 18% 가량인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턱없이 낮은 비율로 국내 기업이 국내 연구개발활동에만 안주하고 있음을 잘 말해주는 것이다.
또 국내 전체 연구개발비에서 해외부문이 부담하는 비중도 0.06%에 불과, 해외기업의 국내 직접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OECD 자료에 의하면 99년을 기준으로 전체 연구개발비에서 해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영국 16.8%, 프랑스 7.9%, 독일 2.4%, 일본 0.3% 등인 것과 비교해보면 외국기업을 유인하는 국내 연구환경이 취약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IMF로 인해 주춤했던 연구개발투자가 최근 들어 다시 확대되고 있어 위안이 된다. IMF 첫해인 98년과 99년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투자는 각각 11조3366억원과 11조9218억원으로 IMF 이전인 97년 12조1858억원에 비해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97년 투자액을 초과한 13조8485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대비 평균 16.2% 증가한 금액으로 GDP 증가율인 7.1%를 크게 상회, 연구개발투자가 뚜렷한 회복세에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특히 내년에도 기업들은 연구개발투자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고무적이다.
산기협이 지난 10월중 637개사를 대상으로 2002년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전망을 조사한 결과 35.5%의 기업이 10% 이상 확대, 38.3%의 기업이 10% 미만에서 1% 이상 증가시키겠다고 답하는 등 전체의 73.8%에 달하는 기업이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응답, 내년에도 연구개발투자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백서는 밝혔다.
또 기업의 연구개발투자가 늘어나면서 2001년 10월말 현재 국내 기업부설연구소 수는 8810개로 지난해 2월 기업부설연구소가 5000개를 돌파한 이후 1년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76%가 증가한 것도 의미가 크다.
특히 82년 단 2개에 불과했던 중소기업형 연구소가 89년 대기업형 연구소 수를 추월한 이후 10월말 현재 중소기업형 연구소의 비중이 90%(7953개)에 이른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연구개발의 하부구조가 튼실해지고 있음을 잘 말해주는 실례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