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카오디오 시장은 헤드유닛만 800억원 규모며 여기에 스피커, AV 등 부가제품을 포함하면 전체 시장 규모는 2000억원대를 넘는다.
지금은 소니, 켄우드, 파이어니어 등 일본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지난 80년대 중반만 해도 국내 카오디오 산업은 수출 유망 분야로까지 각광받았다. 그 당시 국내 카오디오 산업은 연간 30% 이상의 신장세와 6000억∼7000억원에 이르던 생산규모로 일본에 이어 세계 제2의 카오디오 생산 능력을 자랑했다. 국내 생산 업체 수만도 100개를 넘었다.
그런 국내 카오디오 산업이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최대 호황을 구가하던 80년대 중반부터다.
직접적인 요인은 지난 92년 최대 수출지역이던 EU의 한국산 카오디오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였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업계의 과당경쟁이 카오디오 산업의 몰락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하던 국내 카오디오 업계가 80년 중반 이후부터 과당경쟁의 어두운 그림자로 몸살을 앓기 시작한 것이다. 80년대 초 카오디오 수출이 늘면서 우후죽순으로 불어나기 시작한 업체 수는 이 무렵 100개를 넘어섰다. 여기에 지난 88년을 고비로 수출환경이 악화되자 과당경쟁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해외전시회는 과당경쟁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장소였다. 카오디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카오디오 전시회가 한번 끝나면 수출 가격이 곤두박질 쳤다”고 회고한다.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업체가 더 많은 물량 확보를 위해 서로 출혈을 마다않는 수주쟁탈전을 벌인 결과였다.
과당경쟁은 해외 바이어의 농간을 자초했다.
당시 상당수의 바이어들은 우리 업체들의 과당경쟁을 악용, 가뜩이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던 국내 카오디오 업체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심지어 거래선을 변경하겠다는 바이어의 농간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출가를 50%까지 낮추는 업체도 있었다고 관계자들은 증언한다.
한번 빠져들기 시작한 과당경쟁의 지리한 소모전은 EU로부터 덤핑 판정을 받을 때까지 이어졌다.당시 업계는 EU의 덤핑 판정에 항의다운 항의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업계 스스로의 책임이 컸기 때문이었다.
결국 카오디오 업계는 최고 30%에 이르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물게 됐고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