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웃` 캄보디아](1)캄보디아에 부는 IT열풍

캄보디아가 IT 이웃국가로 성큼 다가왔다. 킬링필드, 전쟁, 정치불안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멀게만 느껴졌던 캄보디아가 이번 행정전산망 프로젝트 수주건을 계기로 한국의 IT 영향권내로 편입된 것이다. 사실 우리가 몰랐을 뿐 캄보디아는 최근 1∼2년 동안 파격적인 개방정책과 협력 프로그램으로 IT분야에서 급속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관료 누구나 IT를 외칠 정도로 캄보디아 정부의 IT산업 육성의지 역시 확고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캄보디아가 한국의 IT산업 모델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한국 기업이나 기술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캄보디아와 그 주변국가들을 제2의 한국 IT시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캄보디아를 통해 IT산업 현황과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상-캄보디아에 부는 IT열풍

중-정부주도형 개방이 핵심

하-IT한류 가능하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포첸통 공항에서 내려 시내까지 이어진 10㎞ 길을 달리다 보면 지멘스, 도요타, 마일드세븐 등과 같은 다국적기업의 대형 입간판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포첸통 공항이 새로 지어져 생각보다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은 뒤라 깊은 인상이 남는다. 한국전산원 오광석 단장도 “9월 출장올 당시만 해도 공항이 이렇지 않았는데…”하며 신기해하는 눈치다.

 더욱 인상에 남는 것은 모비텔이라는 간판을 단 이동통신 대리점이 10∼20m마다 하나씩 가게를 열고 있는 것이다. 유럽 GSM방식의 단말기를 파는 이 곳 대리점에 여럿이 전시코너를 둘러보며 이것저것 흥정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간혹 인터넷카페라고 씌어진 PC방도 눈에 띄고 시내에 들어오면 델, 모토로라, HP, LG, 삼성 등의 간판을 단 통신·컴퓨터 대리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지저분한 거리와 주변의 허름한 건물, 어지러이 널려있는 노점상에서 우리나라 60∼70년대 모습을 찾을 수 있지만 프놈펜에서는 뭔가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감지된다. 한국컴퓨터통신 강태헌 사장은 한달에 한번 정도 캄보디아에 출장을 오는데 올 때마다 달라져 있어 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지금 IT에 푹 빠져있다. 아직 초기이기는 하지만 이동통신과 인터넷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으며 중산층을 중심으로 컴퓨터 교육열풍이 불고 있다. 캄보디아의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2000년 기준 21만4000명으로 보급률이 1.75%에 달한다. 특히 연간 증가율이 135%에 이를 정도로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선전화 보급률 0.25%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인터넷의 경우는 2000년 6월 기준 1% 미만의 사용률을 보였으나 최근들어 인터넷카페 확산 등으로 상당히 늘고 있는 추세다. 프놈펜 주요 시내의 경우에도 지난해 5개 미만이었던 인터넷카페가 2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시장을 놓고 호주 텔스트라, 캠넷, 모비텔 등 3개의 ISP가 초기 수요발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컴퓨터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캄보디아에서 IT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CIT의 둑디엔 사장은 “캄보디아의 미래는 글로벌화에 달려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퍼져있다”고 전하고 “어린 자식들에게 월 10∼15달러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면서 영어와 컴퓨터교육을 받게 하는 부모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10여개에 이르는 프놈펜 사설 강습소에는 자리가 없어 수강신청을 못하는 사람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IT에 대한 정부의 육성의지가 대단하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관료는 무슨 행사를 하든 IT를 외쳐대고 IT를 통해 12세기 앙코르 시대의 영화를 되찾자는 희망섞인 발언을 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훈센 총리 산하 IT 직속기구인 국가정보통신기술발전위원회(NiDA)를 만들어 범국가적인 전략산업으로 IT를 간주하고 있으며 대대적인 개방정책을 통해 외국 자본을 유치해 나가고 있다.

 CIT의 둑디엔 사장은 “캄보디아는 이제 막 지난 20여년간의 내전 악몽에서 깨어났다. 그 동안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잃었고 역사와 발전의 단절이 있었다. 우리는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IT에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에게 IT는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지상과제”라며 캄보디아가 IT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프놈펜(캄보디아)=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표> 캄보디아 이동통신 산업 현황(2000년)

이동전화 가입자수 21만4400명

가입자 연간 증가율 135.4%

이동전화 보급률 1.75%

자료:폴부데커뮤니케이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