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LCD 비수기 사라지나

 12월이면 어김없이 D램 및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업체들을 찾는 비수기가 이번에는 사라질 전망이다.

 연말 특수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국내외 D램과 TFT LCD 업체들의 관심은 다음달 이후 시장동향에 온통 집중된 가운데 최근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같은 낙관론은 D램보다는 TFT LCD 업계에서 많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D램 및 TFT LCD 산업은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특수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12월초부터 이듬해 2월초까지 수요가 많게는 10%대 이상 줄어드는 비수기를 맞는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이같은 법칙이 깨질 것이라는 조짐이 여럿 나타났다.

 삼성전자 D램 및 TFT LCD 사업부문과 하이닉스반도체, LG필립스LCD 등에 따르면 이미 확보한 12월과 내년 1월의 주문량이 이달과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했으며 15인치 모니터용 TFT LCD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 등 일부 품목은 오히려 늘어났다.

 가격이 변수로 남았으나 이런 추세대로라면 비수기의 매출이 성수기의 매출을 오히려 웃도는 ‘기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주 호조는 외국의 D램과 TFT LCD 업체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TFT LCD 업체들은 비수기임에도 불구, 다음달 공급할 15인치 TFT LCD의 값을 올릴 방침이어서 수요가 매우 활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주량을 밝히지 않은 채 “D램의 경우 ‘윈도XP’ 출시 이후 업그레이드 수요가 늘어났으며 TFT LCD 역시 PC 교체 수요와는 상관없이 모니터 수요의 급증으로 주문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업계와 증권사 관계자들은 비수기임에도 수요가 활발한 데 대해 △PC경기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막 탄력이 붙었으며 △메모리 업그레이드와 모니터 교체 수요가 본격화했고 △반 테러 전쟁이 막바지로 가면서 주요 시장인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전자부품산업협회(ECA)는 29일 “지난 10월 전자부품 수주는 전달과 작년 동기에 비해 각각 3%, 63%씩 감소했으나 이는 본격 회복을 앞둔 조정 성격이 짙다”면서 “11월들어 주문이 증가했으며 재고는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데다 소비지출도 긍정적이어서 11월의 수요 증가 추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홍빈 삼성증권 테크팀장은 “4분기들어 D램과 TFT LCD 등 부품 수요가 전분기에 비해 호전된 것은 계절적 요인도 있으나 소비행태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내년 1분기에도 과거와 같은 전통적인 비수기 상황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메릴린치증권도 이날 최근 TFT LCD의 가격이 15%나 올랐음에도 수요 감소 조짐이 없는 점으로 미뤄 시장 호조를 예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LG경제연구원의 윤윤중 연구위원은 “D램 반도체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가려면 세계경제 침체가 마무리되고 PC 이외의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거나 수요기반 확대, 공급능력 축소 등이 뒤따라야 하나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켰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의 수요 활기와 본격적인 경기 회복은 별개라는 지적이다. 어쨌든 D램과 TFT LCD 업체들은 이같은 분위기가 내년 2월 신학기 특수로 이어져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모처럼 들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