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Pika), 피카 파이팅.’
세미나실에서 30여명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탓인지 겉으로 보기에는 나이가 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30여명 모두 연령대가 제각각이다. 30대 중반에서부터 50대까지 어울려 있어 모임의 성격을 단번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벽에 걸린 플래카드를 살펴보니 ‘제약정보지식협의회(Pika)’의 워크숍 자리다. 지난 95년 친목차원에서 만들어졌던 이 모임은 이제는 보령제약·일동제약·광동제약 등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36개 중견 제약사의 전산실장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장으로 바뀌고 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원사 간의 유대관계는 적었습니다. 올해부터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죠. 모두 적극적이랍니다.”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조치환 유유산업 전산실장<앞줄 가운데>은 올해 들어서 전산실 직원이 모두 참가하는 체육대회를 열었으며, 세미나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자랑했다.
이처럼 올해 모임이 활발해진 것은 제약산업의 변화 덕분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약산업은 정보기술(IT) 투자가 거의 없기로 소문난 업종. 그러나 올해들어 회사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IT투자도 늘었다. 경영진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전산실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전산실장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같은 고민을 하다보니 협력이 잘되고 정보교류도 신속히 이뤄지죠. 특히 다른 회사가 문제가 생겼을 때 공동으로 도와주는 것이 우리 모임의 강점입니다.” 조 회장은 의약품 유통정보시스템 설립과 불법소프트웨어 단속 시절에 함께 고민하고 대처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최근 이 모임은 ‘제약산업 정보화’를 이끌어가자는 취지로 회원사를 50개 정도로 늘리고 전산실 직원도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많이 갖기로 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