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떠난 `한컴號` 어디로 가나

 한글과컴퓨터가 사실상 주인없는 회사가 됐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지분 6.5%(355만3846주)를 보유하고 있던 홍콩계 벤처캐피털인 웨스트에비뉴에이전트리미티드가 지분 전량을 장내에서 매각했다고 밝히면서 한글과컴퓨터의 향배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9월 전하진 전 사장이 사임해 CEO가 공석인 상태인 데다 웨스트에비뉴 이외에는 지분 1%가 넘는 주주는 없는 것으로 파악돼 한컴의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

 현재 2대주주로 알려진 투자회사 ‘비커스발라스’의 지분은 0.8%에 지나지 않는다.

 웨스트에비뉴측은 한컴에 투자한 지 2년이 지나면서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지분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컴의 향후 사업에 비전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웨스트에비뉴의 주당 매입가격이 6500원이고 최근 주가를 고려할 때 장내 매도가격이 3500원으로 추정돼 약 100억원의 투자손실을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벤처캐피털이 이 정도의 투자손실을 입으면서 지분을 처분했을 때는 향후 수익성 및 사업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상실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판단이다.

 특히 전하진 사장이 취임한 후 주력인 워드프로세서 사업보다 인터넷 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진행해 온 점이 향후 사업을 어둡게 만든 가장 큰 이유라는 지적이다. 이로인해 한컴은 네띠앙 등 자회사로 인한 지분법 평가손실액이 올 상반기 106억원에 달했다.

 매출도 올들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의 영향으로 10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한컴은 2분기 86억원, 3분기에는 59억4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2분기부터는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으며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 금액만 200억원에 달했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컴의 최대주주가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은 그동안 인터넷사업을 추진하면서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데다 이로 인해 주력사업인 워드와 오피스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어 향후 영업전망도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판관비가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원가율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영업손실규모 확대, 대규모 지분법 평가손실로 올해 순이익도 대폭 적자가 불가피해 투자메리트를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진 한컴 상무는 “그동안 웨스트에비뉴가 대주주였지만 실제 지분은 7%도 되지 않았으며 최대주주가 없는 문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현재 회사의 미래전략에 대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내년부터는 새로운 사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CEO 선임문제도 올해안에 마무리지을 방침임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결국 한컴은 향후 CEO와 최대주주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사업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제우 KGI증권 연구원은 “CEO와 최대주주가 누가 되느냐가 향후 한컴의 사업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실적을 감안할 때 누가 되더라도 수익을 내는 사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최상의 시나리오는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지만 한컴이 국내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경쟁하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할 때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