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에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의 CEO는 과연 사이버공간에서 지내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될까?’
IT업계에 종사하는 CEO라고 하니까 상당히 많은 시간을 PC앞에서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너무 다른 추측이다.
나는 사실 하루 일과의 거의 대부분을 각종 회의를 치르거나 각 사업부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받고 면담하는 것 등으로 보낸다. 또 국내나 해외를 가리지 않는 잦은 출장으로 짬을 내기가 어렵다.
이런저런 시간을 빼고 나면 한가하게 앉아서 인터넷을 즐길 시간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나도 하루평균 2∼3시간 정도는 사이버공간에서 일을 한다.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e메일을 받아보는 일과 주식시황을 알아보거나 몇몇 애용하는 사이트에 접속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지만 이 짧은 시간이 나에게는 하루를 24시간 이상으로 늘려주는 아주 귀중한 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만약 인터넷이 없었으면 이렇게 바쁜 나날속에서 어떻게 일을 했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테지만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없어 내 몸이 3개나 4개쯤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인터넷은 이같은 대기업 CEO의 일과 수고를 덜어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다.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의 살아있는 정보를 받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과 형식에 구애됨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처럼 하루종일 빡빡한 일정속에 살아가야 하는 대기업 CEO에게는 무척 유용하다.
나는 특히 임직원들이 나에게 직접 보내는 ‘부회장님 보세요’라는 내용의 e메일은 반드시 읽고 부족한 타이핑 실력이지만 직접 답장을 하려고 노력한다. 임직원들이 나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내고 또 내가 이에 답을 해주는 것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차원을 넘어 조직내에서 상하간의 벽을 허물어 주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나는 회사의 혁신수단으로서도 사이버공간 활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은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자리잡을 수 있는 권위주의라든가 형식주의까지도 몰아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게 널려 있는 수많은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거나 줄여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월드사이버게임스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는 까닭도 단순한 게임사업에 대한 관심차원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의 사고와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이버공간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