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디지털(WD)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대한 국내 유통업체들의 가격경쟁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WD의 제품은 시게이트나 맥스터 등의 동급제품에 비해 딜러가격 자체가 1만∼2만원 정도 높게 유지됐으나 지금은 대리점들끼리의 지나친 경쟁으로 경쟁사 동급제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정품 WD HDD를 구입할 수 있어 좋아졌지만 대리점들로서는 이윤을 확보하기가 어렵게 됐다.
카르마코리아·아치바코리아의 2개 대리점에 이어 지난달 대원제지와 제뉴인코리아가 WD의 새로운 공급원으로 선정된 후 모두 4개 대리점이 세력확대를 위해 가격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탓이다.
공식 공급업체가 2개였던 지난 여름만 하더라도 WD 본사의 조정과 업체들끼리 무언의 합의에 따라 적정가격이 유지됐지만 최근 신설 대리점들이 본격적인 공급활동을 개시하자 가격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WD의 40Gb짜리(7200vpm) 제품의 도매가격은 지난주 15만원대였으나 이번주들어 14만원대로 떨어졌고 또다시 지난 30일에는 매입원가인 14만원마저 깨졌다. 이는 시게이트 및 맥스터의 동급제품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WD의 4개 대리점들은 용산 등 전자상가의 딜러들을 대상으로 경쟁업체보다 1000원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식의 영업을 하고 있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특히 가격하락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미루며 한바탕 혈전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WD 유통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HDD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단일 대리점 정책을 고수해오던 WD가 갑자기 4개 복수 대리점체제로 변경함에 따라 국내 유통업체들끼리의 출혈경쟁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