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CEO는 `중국 출장중`

 내수 위주로 사업을 경영하던 벤처기업 CEO들의 중국출장이 잦아지고 체류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팬웨스트의 장천 사장, 한아시스템의 신동주 사장, KD파워의 박기주 사장, 미디어플러스의 이택수 사장 등 벤처기업인들은 연중 수개월씩 중국출장에 나선다.

 벤처기업 CEO의 중국출장 확대는 중국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면서 현지화를 통한 시장수요 흡수의 필요성을 절감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CEO의 장기 중국출장 배경과 활동모습은 다양하다. 현장에 근접한 마케팅 진두지휘형, 영업망 확충형이 있는가 하면 아예 중국지사가 실질적인 본사로서 마케팅·영업을 진행하는 스타일도 있다. 또 한국내 모든 생산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고 수시로 현지 제조·마케팅을 총감독하는 스타일도 있다. 최대한 현지인과 생활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주요사항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도 일산 소재 광마우스 제조업체인 팬웨스트 장천 사장의 여권은 온통 붉은색의 중국공항 출입도장으로 얼룩져 있다. 지난해 분당과 일산에 있던 광마우스 생산공장을 광둥성 퉁관시로 이전하고 현지인과의 영업 관련 미팅을 위해 수시로 중국출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8월말 완공된 공장 관리와 생산제품의 영업을 위해 올해에만 약 5개월간 중국에 있었고 다음달에 또 출장에 나선다.

 통신장비업체인 한아시스템의 신동주 사장도 하반기들어 국내에서는 만나보기 힘들다. 신 사장은 알카텔코리아의 김만철씨를 회장으로 영입후 하반기 이후 허베이성 교육망 사업권 확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는 올들어 한달에 일주일 이상씩은 허베이성 교육위원회 공무원들과 만나는 등 현지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외국기업으로 최초로 중국내에서 음악프로그램을 제작해 베이징 등 중국내 10개 도시의 FM방송을 통해 송출하고 영화음반 관련사업 확대까지 꾀하고 있는 미디어플러스의 이택수 사장도 마찬가지다.

중국어에 능통한 그는 서울 본사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매년 3개월 정도는 베이징에서 보내면서 베이징지사 직원들을 지휘하며 문화벤처의 중국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인터넷제어방식의 변전소를 개발·공급하고 있는 KD파워의 박기주 사장은 올들어 20여차례나 산둥성에 다녀왔다. 소득수준이 높은 웨이하이시 공략을 위해 공무원 등에게 보다 자주 제품의 우월성과 전력절감효과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서너차례였던 그의 중국출장은 올들어 잦아지고 체류기간도 넉달정도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CEO들의 적극적인 중국진출 자세에 대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현지화의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