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완의 애니월드>(33)OVA펀드를 특화하자

OVA(Original Video Animation)은 비디오용으로 유통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장르다. 특히 중편 애니메이션이나 단편 애니메이션의 옴니버스식 프로젝트 작품들이 OVA의 주된 형태를 띠고 있다.

 본래 OVA는 일본에서 극장이나 TV시리즈로 내보내기 힘든 작품들, 즉 하드코어나 하드코어식의 성인용 작품들을 고정 고객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제작된 형태가 확대 발전된 것이다. 성인용 작품의 마니아들을 상대로 일본에서는 대개 작품당 2만개 이상이 판매되며, 추가로 임대용까지 판매되면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델은 확실한 구매대상과 수요시장이 보장되어 있을 때 최소한의 수익을 담보하고 시작되는 프로젝트다.

 대개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젝트는 제작비 규모가 실사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높은 투자 위험률을 전제한다. 그래서 월트디즈니나 드림웍스 등의 제작사는 투자위험률을 분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부대사업을 연계시키거나, 다국적기업과의 공동투자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의 애니메이션 제작프로젝트는 대개 100억원에서부터 100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투자하고 있다. 또 지속적인 제작비의 상승으로 말미암아 국제적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실사영화보다 훨씬 높은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높은 위험률에 높은 배당수익(high risk, high return)은 미국과 일본시장에서는 가능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신작 ‘센과 치히로의 환상여행’은 이미 일본 국내시장에서만 1500만명 이상의 관객동원과 2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으며, 월트디즈니와 픽사의 신작 3D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는 개봉 10일 만에 박스오피스 1억달러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 마니아층과 기본 수요시장이 형성된 미국과 일본에서는 거대자본의 투자가 가능한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애니메이션의 시장현황은 이들과 다르다. 애니메이션 수요 시장의 기본규모가 상대적으로 협소하기 때문에 대형자본의 애니메이션 투자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더 높은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시장의 한계는 극장용 장편과 TV시리즈 애니메이션 제작이라는 장르적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이처럼 투자비 조달은 어렵고, 수요시장은 축소되는 악순환 속에서 국내 애니메이션의 대안으로 확실한 수요대상을 목표로 제작되는 전문 OVA 프로젝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2001 부천국제대학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상영됐던 ‘목각병정이야기’는 이러한 중편애니메이션의 OVA 시장성을 검증시켜 주었다. 한국전쟁 50주년 기념프로젝트로 부산 남구청에서 제작한 ‘목각병정이야기’는 한국전쟁과 UN공원을 연계시켜 전쟁에 대한 참상을 휴머니즘적인 메시지로 복귀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영화제 기간동안 관객들의 큰 호평을 받았고, 내년에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등에도 출품할 계획이다.

 이런 측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참신한 창의력들을 실험해보고, 여러작품을 프로젝트형으로 옴니버스식 제작을 할 수 있는 한국형 OVA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OVA 펀드의 개발을 제안한다.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과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의 수십억원대 투자사례보다는 10억원대 이하의 OVA 펀드를 특화시켜 다양한 작가들의 가능성을 평가해 볼 수 있는 제작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의 틈새전략이 될 수 있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