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과 인터넷상의 익명성을 악용한 학생들의 교수에 대한 비난과 항의가 대학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최근 K대학교 한 교양영어 수업은 한 학생의 협박 e메일로 인해 조기 종강을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수업을 맡고 있는 이모 강사는 “과거 발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한 학생이 자신이 학교 고위층과 관계가 있다면서 학생들을 무시하고 강사에게 시비를 걸며 수업에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며 “이 사건 이후 수업에 대한 불만의 e메일이 이어졌으며 최근에는 자신을 해고시키겠다는 등의 협박메일까지 날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할 수 없이 학생들과 교류의 장소였던 자신의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e메일도 다른 e메일 주소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한 학생들의 교수비난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으며 특히 많은 학교들이 인트라넷을 통해 강의 평가를 시도하면서 익명성에 의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Y대 허모 교수는 “지난 학기에 몇 몇 학생들이 다소 감정섞인 글을 게시판에 올려 강의를 비판했으며 수업의 내용보다는 성적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현, 적지않게 당황했다”며 “학생들의 언어 사용이 예전에 비해 너무 과격해지고 신세대끼리만 통하는 자신들만의 언어로 비난을 올려놓는 경우가 많아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학기에 처음 수업을 맡은 Y대 최모 강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당시 80명 가량이 듣는 교양과목을 맡았는데 한 학생이 학점을 잘 안주면 교수 강의 평가 때 점수를 낮게 주고 학교 게시판에도 항의하겠다는 협박 e메일을 받았다”며 “최근 고등학교 교단이 무너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지만 이 여파가 대학교에도 몰려온 것 같다”며 대학교 교단도 위험하다는 걱정을 표했다.
K대의 한 교수는 “인터넷은 우리에게 익명성을 통한 객관적이고 솔직한 여론을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지만 몇 몇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그 장점들은 오히려 사회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진정 학교가 올바르려면 교수나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도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일부 학생들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