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캐릭터가 달라졌다구요!”
외산 캐릭터에 눌려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해온 국내 순수 토종 캐릭터들이 최근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캐릭터 라이선스에서부터 봉제인형, 팬시, 완구, 의류 등 다양한 산업에 응용되고 있는 캐릭터 시장은 현재 1조5000억원의 거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지만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미피, 호빵맨 등 외산 캐릭터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캐릭터 작가에 의해 제작된 엽기토키 ‘마시마로’가 올초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인터넷에 선보이며 네티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것을 시작으로 국산 캐릭터들의 반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산 캐릭터 약진의 선봉은 엽기세태라는 시대적인 정서를 반영한 엽기토키 ‘마시마로’.
현재 60여개사와 라이선싱 계약을 통해 총 1000여종의 캐릭터 상품이 만들어진 ‘마시마로’는 관련 매출만 1200억원에 달할 정도다. 특히 ‘마시마로’가 인기를 끌면서 정식 캐릭터 상품뿐만 아니라 이를 모방한 유사제품이 몇배 가량 유통된 점을 감안할 때 ‘마시마로’의 인기는 그동안 국내 시장을 호령해 온 외산캐릭터의 위세를 단번에 날려버릴 만큼 파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통해 인기를 끈 ‘졸라맨’도 특색있는 목소리와 배경음악을 통해 휴대폰 벨소리로 활용되는가 하면 파파이스 광고에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국산 캐릭터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수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위즈엔터테인먼트의 고양이 캐릭터 ‘얌’도 출시 2년만에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현재 국내외 20여개 업체와 라이선싱 계약을 통해 시계, 봉제, 완구, 의류, 액세서리 등 약 500여종의 상품이 출시됐으며 최근에는 모바일 동영상으로도 서비스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캐릭터를 표방하며 미스터 케이에서 제작한 ‘콩콩이’도 최근 전국문구인연합회가 조사한 초·중등학생이 좋아하는 ‘캐릭터 10’에 선정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토종캐릭터다.
국산 캐릭터들이 이처럼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오프라인 출판물 일변도로 캐릭터를 제작해온 각 업체들이 디지털시대의 신매체인 인터넷을 활용한 각종 마케팅을 전개하며 신세대 네티즌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인터넷으로 배포하는가 하면 캐릭터 동영상을 삽입한 이카드(e-card) 서비스를 통해 캐릭터의 노출빈도를 최대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식이다.
최근에는 캐릭터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캐릭터 테마송이 제작되는가 하면 전용음악에 의한 뮤직 비디오가 등장하고 있다.
또 그동안 캐릭터와는 전혀 무관하게 느껴졌던 자동차업계에서도 토종 캐릭터를 도입해 신개념의 캐릭터 컨셉트 카를 선보이는 등 캐릭터의 활동무대도 한층 넓어지고 있어 국산 캐릭터의 르네상스가 곧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이에대해 위즈엔터테인먼트의 박소연 사장은 “국산 캐릭터들이 거대 자본의 외산 캐릭터들에 맞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기획과 특정 수요 계층을 겨냥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라며 국산 캐릭터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