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엔론의 파산을 보며

◆갈정웅 대림정보통신 대표이사

 미국의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의 파산 소식은 충격이다.

 매출규모로 미국의 7위 기업이며, 포천지가 5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한 미국의 초우량 에너지기업이 파산보호신청을 했다는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 벌어진 것이다.

 엔론이 몰락하게 된 원인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거대기업의 몰락은 공개를 꺼리는 기업문화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말하자면 투명경영을 못한 것이 엔론의 몰락을 부른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엔론이 파산신청을 하면서 그동안 감춰져온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엔론이 지난 5년간 순이익을 5억9000만 달러나 부풀렸고 부채는 6억3000만 달러나 감춘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높기로 이름난 미국에서 이처럼 분식회계로 이익을 낸 것처럼 장부를 꾸민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너무나 자주 미국식 경영, 곧 투명경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국내 기업들이 미국기업처럼 투명하게 경영돼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기업은 당연히 투명경영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더구나 상장기업이라면 투명경영은 반드시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대우사태를 계기로 분식회계에 대한 논란으로 뜨겁다. 이미 대우는 몰락했고, 이 과정에서 이 회사의 회계를 담당한 모 회계법인도 함께 몰락했다. 이로 인해 분식회계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이 사실이다. 동시에 투명경영의 중요성이 새삼 대두됐다. 미국도 엔론 사태로 인해 분식회계의 함정에 대해서 기업과 회계법인 모두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한 그들의 투명경영을 재삼 점검하는 계기로 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