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에 흡수된 각종 화학물질을 해독해 체외로 배출하는 약물대사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간 유전자가 이식된 실험동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처음으로 개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실험동물자원실 김용규 박사팀은 유전자 이식기술을 이용, 사람의 약물대사효소 유전자인 ‘CYP’를 이식한 ‘인간화된 마우스(실험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화학 및 생물물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국제학술지 ‘ABB저널’ 11월호에 표지논문으로 수록됐다.
실험쥐는 김 박사팀이 사람의 CYP를 이식한 실험쥐의 수정란을 대리모 실험쥐에 착상시킨 다음 임신·출산토록 하는 과정을 통해 태어났다.
김 박사는 “이 실험쥐는 인간 CYP와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약이나 식품첨가물·환경호르몬 등의 화학물질을 투입했을 때 사람과 비슷한 약물대사과정을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의 실험동물은 사람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약물대사 메커니즘을 갖고있어 이 실험동물을 이용해 의약품 등을 평가하면 그 약효나 독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인간 CYP를 가진 실험쥐를 사용하면 실제 인체에 적용하는 것과 똑같은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개발한 치료제가 동물실험을 통해 약효나 독성에 대한 평가를 거치는 과정에서 효과 등이 과대·과소평가되는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신약 개발에 따른 위험부담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김 박사는 덧붙였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