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IT산업을 위한 성찰

◆김홍식 한솔CSN 사장

 

 마라톤 열풍이 거세다. 동호회가 생기고 각종 대회와 함께 범시민 달리기대회가 성황을 이룬다. 마라톤에 참가한 사람들은 우승하기 위해 승부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자아 도전을 하는 것이다.

 마라톤은 스스로를 이기기 위해 고통을 극복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것을 통해 얻는 승리는 단거리 경주에서 남들과 경쟁하여 이기는 기쁨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기쁨이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마라톤 열풍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마니아들이 생겨나는 것 같다.

 현재의 기업환경도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마라톤 경주에 비유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시장을 점유해 1등 기업이 되고 싶은 것이야 기업가들의 바람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고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IT 분야에서는 너무 경쟁만 의식하다 보면 오히려 큰 것을 잃어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필자는 올 한해를 둘러보면서 IT업계, 좀더 구체적으로 인터넷기업들이 과연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훈련과 내적가치를 향상시켜 왔나 반문해 본다.

 몇 년 전에 불어온 인터넷 열풍은 거품론이 대두되면서 열기가 식어 많은 고통을 주었다. 그러나 ‘e비즈니스’는 디지털 강국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디지털 강국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e비즈니스는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업종에 상관이 있을 수 없다. 미국의 GE·포드·크라이슬러 등 전통 제조업체들도 ‘코비센터’라는 원자재 공동구매 사이트를 만들어 판매이익의 3배 이상이 되는 매출이익을 얻었다는 사례는 e비즈니스가 모든 기업이 눈을 돌려야 하는 시대의 흐름으로 파악돼야 함을 일깨운다.

 기업에는 두 가지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가격경쟁력 우위에서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을 통한 고객의 만족도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다.

 기업이 원가절감 등을 통한 가격경쟁력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공급망관리(SCM)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간 또는 기업 내부에서 제품의 생산자로부터 사용자에 이르기까지 불필요한 시간을 없애고 재고파악 등을 효율적으로 이루어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기 위한 SCM도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관리기법이다. 이는 제품계획·원재료 구매·제조·배달 등 공급망에 관련된 구성요소를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그 결과로 생성된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생산관리·판매관리·인사관리·재무관리 등 기업의 기본적 업무를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해 밀접하게 관련시켜 실행하는 ERP 또한 중요한 요소다. 인력·생산재·물류·회계 등 기업의 모든 자원을 전체적으로 관리해 최적화된 기업활동을 통한 기업가치의 향상을 꾀하는 것이다. 이런 속도의 증가와 효율성 증대라는 측면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가격경쟁력을 위한 인프라와 함께 서비스·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한 인프라는 무엇이 있을까. 고객관계관리(eCRM)다. 기업이 고객관계를 관리해 나가기 위해 현재의 고객과 잠재 고객에 대한 정보자료를 정리·분석해 마케팅 정보로 변환함으로써 고객의 구매관련 행동을 지수화하는 eCRM은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일대일 마케팅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고객 중심의 경영기법은 서비스의 개선을 통한 고객만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ERP·SCM·eCRM 등의 3박자가 완벽하게 구축돼야만 e비즈니스가 좀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기업이 창의성·속도·서비스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디지털 경영체제는 한 기업의 문제에서 벗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불황기일수록 IT의 투자를 늘리는 것이 향후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향상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 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에 의하면 ‘기업가는 상업 세계에서 이윤이라는 미지의 기회를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존재’다.

 무엇이 우리가 해야 할 과제인지, 그리고 그 과제가 이루어질 때 우리 IT산업은 결코 어둡지 않은 밝은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