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대비한 종목군을 찾아라.
극심한 엔저현상이 연말 주식시장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이에 대비한 종목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지 14일자 23면 참조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엔저현상이 그동안 나타났던 것처럼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란 전망속에서도 엔약세가 지속될 경우 경기 회복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정환 SK증권 책임연구원은 “엔달러환율이 3년래 최고치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고 일본이 불황탈피의 수단으로 엔화 약세 추세를 몰고 간다면 상당기간 엔저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수출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투자 대상종목을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일본 경기의 침체 지속 전망과는 달리 국내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선 엔저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엔저현상이 증시의 화두가 될 소지가 높고 지수조정 시기와 맞물리고 있다는 점에서 엔화 약세기에 강한 종목들에 관심을 높여야할 것으로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꼽는 엔저에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분야는 수출과 관련이 적은 SK텔레콤·KTF·LG홈쇼핑·한국전력·에스원 등의 내수 관련주와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입, 내수 판매에 주력하는 신도리코 등이다. 메릴린치증권은 17일 원자재의 70%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신도리코가 엔화 약세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높다며 ‘강력매수(strong buy)’의 의견을 내놨다. 복사기·팩스·프린터 등에 내장되는 핵심 부품인 모터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신도리코의 경우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게 되면 내년도 수익이 8.5%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증권도 이날 지난 엔화 약세기(97.9∼98.11)에 상대적으로 주가강세를 보였던 메디슨·대덕전자·삼성SDI·코리아써키트·현대엘리베이터 등의 IT종목도 엔저기에 관심을 높여야할 종목군으로 꼽았다.
엔케리자금 유입의 수혜가 가능한 코스닥시장내 외국인선호주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일전자·파인디앤씨·태산LCD·쎄라텍·휴맥스·코텍 등 외국인 지분율이 꾸준히 늘고 있는 업체들은 엔저기조와 무관하게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이라는 수급측면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