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1:최고만이 살아남는다>톱 브랜드를 키워라

 

 <표> 2001 글로벌 톱 브랜드(단위:10억달러)

 순위 2001 브랜드가치 2000 브랜드가치 국가 

 1 코카콜라 68.95 72.54 미국

 2 마이크로소프트 65.07 70.20 미국

 3 IBM 52.75 53.18 미국

 4 제너럴일렉트릭 42.40 38.13 미국

 5 노키아 35.04 38.53 핀란드

 6 인텔 34.67 39.05 미국

 7 디즈니 32.59 33.55 미국

 8 포드 30.09 36.37 미국

 9 맥도널드 25.29 27.86 미국

 10 AT&T 22.83 25.55 미국

 11 말보로 22.05 22.11 미국

 12 메르세데스 21.73 21.11 독일

 13 시티뱅크 19.01 18.81 미국

 14 도요타 18.58 18.82 일본

 15 휴렛패커드 17.98 20.57 미국

 16 시스코시스템스 17.21 20.07 미국

 17 아메리칸익스프레스 16.92 16.12 미국

 18 질레트 15.30 17.36 미국 

 19 메릴린치 15.02 X 미국

 20 소니 15.01 16.41 일본

 

 *자료:인터브랜드(http://www.interbrand.com), 비즈니스위크 2001년 8월 6일자에 공개

 *선정된 100개 업체 중 상위 20개 업체까지만 나열

 

 <표> 한국을 대표하는 톱브랜드(단위:억원)

 순위 브랜드 가치

 1 삼성전자 88,002

 2 LG전자 36,725

 3 SK텔레콤 24,127

 4 한국통신 16,581

 5 포스코 11,005

 6 현대자동차 10,687

 7 KTF 9,800

 8 롯데쇼핑 9,463

 9 삼성SDI 7,977

 10 SK 7,743

 11 제일제당 7,527

 12 대우전자 7,442

 13 LG텔레콤 6,904

 14 삼성전기 6,580

 15 신한은행 6,508

 16 현대중공업 5,620

 17 기아자동차 5,270

 18 삼성생명보험 5,175

 19 현대상선 4,912

 20 LG칼텍스정유 4,853

 

 *자료:산업정책연구원(http://www.ips.or.kr), 산업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의뢰, 2001년 7∼8월 조사

 

 나이트클럽 웨이터의 이름은 왜 하나같이 나훈아·조용필·조성모일까. 그 이유는 동네꼬마도 안다. 누구나 알 만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 이름이 바로 브랜드다.

 기업의 모든 활동은 마케팅이라고 불리운다. 말 그대로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품질과 기술의 평준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후발주자가 신기술 제품으로 선발업체보다 더 빨리 시장에 진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진 것이다. 노하우니 뭐니 떠들어도 고참이 신참에게 밀리는 이같은 형국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과거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던 마케팅 수단이 어느새 효력을 상실해버린 지금, 그 자리에는 ‘브랜드’라는 세 글자가 들어앉았다.

 

 브랜딩이 곧 마케팅이다.

 이제 소비자는 제품을 고를 때 그 무엇보다 브랜드를 찾는다. 루이비통·샤넬·카르티에·티파니 등 값비싼 소비재부터 소니·노키아·모토로라·휴렛패커드 등 전기·전자·정보통신, 그리고 BMW·벤츠·도요타 등 자동차까지 브랜드 파워가 미치지 않은 영역이 드물다.

 기업들도 상대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보고 인수합병(M&A)을 단행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기업들은 이제 사업자금을 확보한다기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증권시장으로 향한다.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곳이라면 지옥에라도 갈 태세다.

 더구나 글로벌 경쟁체제로 접어들면서 한 국가 내에서의 경쟁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특히 한국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였다. 중국이 우리의 제조업을 심각하게 위협해오는 시점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생존가능성마저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강력한 브랜드 없이 기업의 성공을 약속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세계 일류기업은 모두 브랜드에 투자한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2001년 8월 6일자)가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평가 업체 인터브랜드와 함께 평가·공개한 ‘전세계 100개 톱 글로벌 브랜드’ 자료는 실망스럽다. 브랜드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기업들이 랭크된 이 리스트에서 한국기업은 42위에 오른 삼성(63억7000만달러)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산업정책연구원(원장 신철호 http://www.ips.or.kr)에 의뢰한 ‘브랜드 가치평가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 기업 중 브랜드 가치가 10억달러 선이거나 그 이상되는 기업은 삼성 외에도 LG전자·SK텔레콤·KT·포스코·현대자동차 등 적어도 5개는 더 된다. 그럼에도 인터브랜드의 가치평가에 겨우 삼성만이 등재된 것은 우리의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이 너무나 부족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 전 회장은 “우리의 일이 제품의 판매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브랜드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시장에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신규 브랜드는 수천여가지. 이중 생존하는 것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1%가 채 안된다. 새로운 브랜드를 일반인들이 ‘어, 그거 들어봤어’라고 말하게 하려면 얼마의 비용이 들까. 자그마치 1억달러다.

 인텔이 가격경쟁이 극심한 칩 시장에서 오랫동안 선두자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도, 코카콜라가 무섭게 추격해오는 펩시를 따돌릴 수 있었던 것도, 쓰러져가던 제너럴일렉트릭이 가까스로 회생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아낌없이 투자한 덕택이다. 코카콜라는 마케팅 비용에 매년 전체매출의 20%인 40억달러를 쓴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브랜드 관리에만 1억달러를 투자한다.

 제일기획 브랜드컨설팅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는 브랜드 육성이 기업 마케팅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며 “한국기업들도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톱 브랜드를 배출하려면 브랜드 관리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톱 브랜드 키우기, 멀고 먼 여정.

 사실 한국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전자정보통신 기업 중에서도 국내외에서 일관된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펼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브랜드 마케팅의 개념이 상당히 정립된 삼성전자조차도 글로벌 브랜딩 작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삼성(samsung)’이라는 이름은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개별 제품의 브랜드는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실정. 애니콜(CDMA휴대폰)·파브(디지털TV)·싱크마스터(모니터)·옙(MP3플레이어) 정도가 해외에서 그나마 알려진 브랜드에 속한다. LG전자도 휘센(에어컨)과 엑스캔버스(평면TV) 등이 해당 분야에서 톱 브랜드로 꼽히지만 해외에서는 동일한 브랜드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나의 브랜드를 글로벌 톱 브랜드로 키운다는 것은 멀고도 험한 일이다. 브랜딩 작업은 인간관계를 쌓는 것과 같아서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마케팅 담당임원이 바뀔 때마다 브랜드 정책이 바뀌는 조변석개식 정책으로는 톱 브랜드를 만들지 못한다.

 브랜드 관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케빈 켈러 교수는 한 논문에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가지는 공통점을 10가지로 요약한 바 있다.

 켈러 교수에 따르면 초일류 브랜드는 △고객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남보다 앞서 제공하고 △변화와 기술발전을 받아들이면서 진화해나가고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맞춰 가격을 매기며 △차별성과 유사성이 혼합된 브랜드 포지셔닝을 하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사하고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계층구조를 엄격히 관리하며 △브랜드 자산 구축을 위해 마케팅의 모든 요소를 통합하고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고 △한 브랜드에 대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브랜드 자산의 원천을 항상 모니터링한다.

 

◆신철호 산업정책연구원장

 “브랜드를 우리는 흔히 ‘가격의 마술사’라고 하지요. 동일한 품질, 그리고 동일한 성능의 제품이라할지라도 어떠한 브랜드가 부착됐는가에 따라 제품의 가격이 상이하게 판매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가치 향상과 브랜드 자산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가 기업가치 창출을 위한 핵심 무형자산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에 브랜드는 이제 기업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브랜드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산업정책연구원(http://www.ips.or.kr)은 산업자원부 의뢰로 브랜드 가치평가 모델을 개발, 국내 20개 톱 기업브랜드를 선정·발표하면서 주목을 끌었던 곳이다. 현직 성신여대 교수이기도 한 신철호 원장(38)은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지난해 연구에서도 드러나듯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적인 기업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높지만 글로벌 브랜드로서 그다지 인정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톱 브랜드로의 성장을 위한 처방은 무엇인가. 신 원장은 무엇보다 기업경영을 브랜드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하는 것이 0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브랜드 가치평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관리 문제점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를 관리하는 담당부서가 따로 없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더군요.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고 브랜드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자산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하기 위한 브랜드 경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관리에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CEO가 브랜드 자산관리에 직접 참여해 기업아이덴티티(CI)와 브랜드아이덴티티(BI) 정립을 위한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이미지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 그는 코카콜라를 예로 들며 글로벌 브랜드로 커나가려면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광고 테마·브랜드·로고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획기적으로 높아지면서 정부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 이뤄지려면 국가 이미지 개선이 함께 따라줘야 합니다. 국가 이미지가 나쁘면 기업의 브랜드 가치도 함께 떨어집니다.”

 신 원장은 전자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인터브랜드의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나듯 세계 톱 글로벌 브랜드 상위 10위 안에 마이크로소프트, IBM, 노키아, 인텔, AT&T 등 IT기업이 5개사나 포함된 것을 보면 국내 업체도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다.

 “21세기는 디지털시대인 만큼 전자정보통신산업이 시대의 리더가 될 것임은 자명합니다. 특히 이 분야는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유형의 제품을 공급하는 산업보다 브랜드에 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브랜드에 투자한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지요.”

 신 원장은 2000년과 2001년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톱 브랜드에 대한 가치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