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방송이 아닌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새로운 미디어인 위성방송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외국의 경우 2년에서 4년이 걸리는 일을 단 1년안에 만들어간다는 것이 어렵긴 했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단계별로 착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현두 사장은 “1년전 위성방송사업자로 선정됐을 때의 감격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며 “지난 일을 돌아보면 스카이라이프 직원 모두에게 무척 바쁘고 의미있는 한해였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19일이면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이 위성방송사업권을 획득한 지 만 1년이 된다. 그러나 법인설립은 이보다 훨씬 늦은 지난 3월로 회사의 역사는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카이라이프는 내년 3월 1일을 목표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짧은 기간에 본방송을 실시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에 쫓기고 있다.
KBS 공채 1기로 방송계에 첫발을 디딘 후 30여년간 대학에서 방송학과 교수로 학문을 연구하다 지난해 전격적으로 위성방송의 사령탑을 맞게 된 강현두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사장(65)은 사업권 획득 1주년을 맞는 감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이렇게 얘기한다.
“새로운 매체는 새로운 경영모델을 요구합니다. 우리나라는 40여년의 TV역사를 갖고 있고 그동안 많은 경영진이 방송사업을 해 왔지만 위성방송은 기존의 TV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경영을 필요로 했습니다. 특히 디지털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스카이라이프의 경영은 ‘슬림’을 모토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면 그러한 경영모토가 적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백개의 채널을 단 200여명이 운영한다는 것이 기존의 개념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스카이라이프는 새로운 미디어에 맞는 새로운 방송 경영틀을 만들어냈습니다.”
강 사장은 지난 1년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위성방송, 특히 스카이라이프와 같은 상업방송으로서의 디지털위성방송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시작해야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복잡하게 이뤄진 사업분야를 조화있게 구축해 나가는 데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고 사람뿐만 아니라 방송기술, 콘텐츠 등 각각의 요소들을 위성방송이라는 큰 틀안에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내년 3월 본방송 일정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일 성공적으로 위성방송 전파를 발사했고 오는 28일에는 시범방송에 나설 계획입니다. 또 지난 3일부터 시작한 예약가입자 모집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범방송이 개시된다는 것은 위성방송서비스를 위한 모든 과정이 완비됐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두달동안의 시범방송 기간에 본방송 서비스시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다 철저히 점검해 한치의 오차도 없는 본방송 서비스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스카이라이프는 당초 이달 말까지 본방송을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내년 3월 1일로 본방송 시기를 미뤘다. 방송계에서는 내년 3월 본방송 실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데 강 사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내년 3월 본방송은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금 방송계는 위성방송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문제로 시끄럽다. 재송신을 반대하는 지역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국(SO), 유선방송국들이 연대해 집회와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위성방송으로서는 몹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사장은 “현행 방송법상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재송신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는 사항”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위원회가 매체간의 균형발전을 위해 향후 2년 동안만 방송권역 외의 지상파 재송신을 유보토록 한 결정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송위원회의 권위를 인정해 결정된 재송신 정책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지방의 마케팅활동에는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SO업계와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공청선로를 이용한 방송수신(SMATV)에 대해서는 관련사업자들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 매체간 균형발전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카이라이프는 IMT사업과 함께 21세기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 세계 속의 한국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고 있습니다.”
강 사장은 “스카이라이프가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갈 것인지,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안겨줄 것인지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며 위성방송의 성공이 우리 방송산업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