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다시뛰는 IT코리아>`동방의 IT등불` 세계를 밝힌다

 “변화가 있으면 기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어느 조직이든 두려움에 떨지 말고 전열을 가다듬어 활력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 혁신의 대가 잭 웰치 GE 전임 회장이 직원들에게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맞는 자세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그의 말은 세계 정보기술(IT)경기 침체와 위기의 그림자 속에 갇힌 우리에게 충분하고도 강력한 암시와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어떤 각오와 변화의 자세로 새해를 설계하고 준비해야 하는가.

 올 한해 새출발의 각오를 ‘창조’의 정신과 ‘하면 된다’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지난해 겪은 세계 IT산업 구조조정은 산업계 내부에서 자연스레 치러진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IT기업인들은 거품 제거를 통한 구조조정 이후의 재도약 가능성에 대해 확신과 희망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뱀의 지혜로 지난 한해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견딘 우리는 이제 지축을 울리는 말의 힘찬 내달음으로 더 새롭고 강력한 IT강국, 다시 일어서는 IT코리아를 향해 질주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세계로 펼쳐 IT코리아 제국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스스로의 역량에 대해 충분한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만한 적잖은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멀게는 지난 88년 올림픽에서, 가깝게는 최근의 IMF 외환위기 극복까지 난국을 헤쳐나간 빛나는 ‘자랑거리’를 갖고 있다.

 세계적 시사주간지 타임으로부터도 ‘하면 된다’는 정신을 가진 나라(‘Can Do It’ Sprit Country)라는 평가까지 받으면서 올림픽을 성공시켰다. 단군이래 최대 위기였던 IMF 외환위기를 4년만에 해결하면서 세계적 찬탄의 대상이 된 것도 기억하자.

 이제는 정부와 IT산업계가 지금까지 쌓아온 토대를 더욱 굳게 하고 그 위에 새로운 금자탑을 세워야 한다. 따지고 보면 세계적으로 부각되는 무궁무진한 변화가 모두 기회가 아닌가.

 잘 살펴보면 지난 1년 동안 침체를 겪어온 IT입국, 즉 ‘e코리아’를 다시 일으켜 세울 요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마련되어 있었다. 이제는 주어진 역량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이를 성공적 실현 사례로 만드는 일만 남았다. 우선 세계 30억 인구가 지켜보는 앞에서 치러지는 한·일 공동 주최의 2002년 월드컵 축구가 있다. 또 남북 IT교류 활성화의 가능성과 이에 따른 파급효과도 충분히 예상 가

능하다.

 무엇보다 경제 파급 규모 8조원대의 월드컵 행사가 경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최대 기회이자 도약대다. 통일IT시대까지 포함할 경우 IT산업 재도약을 위한 빛나는 2개의 황금열쇠가 우리 손에 쥐어진 셈이다.

 월드컵을 보자. 공동 주최국인 일본이 전자·컴퓨터·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로 우리와 첨단기술 및 글로벌 마케팅을 둘러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게 된다. 우리 역시 세계 최고의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활용해 세계 유수의 기업과 협력할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IBM·퀄컴·시스코 등 전세계 초일류 기업들이 우리와 공동 실험·제휴를 거쳐 그 경험을 공유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주 자연스레 전세계에 첨단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확산시킬 희귀한 기회를 얻은 셈이다.

 월드컵은 세계 IT의 실험실(test bed)로 불리는 이 땅에서 ‘IT한국 주식회사’ 소속 기업들과 최첨단 IT기업이 무선통신, 인터넷, 디지털 방송, 고유 콘텐츠, 통신, SW기술 분야 등에서 자웅을 겨루고 어깨를 함께 하도록 만들 것이다. 우리는 이런 기술을 활용해 상상 속에서 이뤄지던 첨단 멀티미디어 기술의 성과물을 한반도에서 구현하게 되며, 세계 최고의 정보전달 플랫폼에 최고의 콘텐츠를 실어 전세계에 공급하게 된다.

 지구촌 최대 축제인 월드컵을 우리 IT산업 활성화의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 우리는 올해 남북 IT 경제협력 가능성을 전제로 IT코리아 발흥의 강력한 계기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다소 앞서가는 분석일 수 있지만 6·15 남북정상회담 이래 소강상태였던 남북한간 교류, 특히 IT교류 활성화가 뚜렷한 진전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유력하다.

 이는 IT분야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보이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관심을 바탕으로 유추할 수 있다. 북한이 중국 단둥(丹東)과 신의주 등에 IT단지 구성을 본격화하고 촉진시킬 것이란 전망 또한 김 위원장의 IT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가능성도 유력해 남북교류 활성화 및 경제 회복의 새로운 모티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폐쇄국가인 북한이 지난해 인터넷서비스프로바이더(ISP)를 두어 무역성 중심으로 인터넷 무역에 나서는 등 IT 추세를 따라잡으려 애쓰는 모습도 고무적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가 남북한 IT분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 시점’이란 예측은 단순히 넘기기엔 너무도 강력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 하나의 긍정적 변수는 전세계 한국인 IT기업인들의 활기찬 발걸음이다. 지난해 6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 IT기업인들이 창립한 한인IT네트워크(KIN)도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한국 IT인들의 세계화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이런 기운을 잘 살리면서 잠시 머뭇거리던 우리의 IT산업 분위기를 고양시켜 한국을 세계 IT강국의 앞자리에 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넓게,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세계화의 시각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우리 고유의 기술·문화적 장점을 살리면서 세계인들을 흡인할 수 있는 창조적 사고를 전제로 한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변수, 유럽 12개국이 새해에 도입할 유로화 본격 활용이 대 EU 교역에 미칠 영향, 미국 경기의 회복에 따른 대응책, 일본·미국·유럽 등의 선진국과 강력한 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 사이에서 자생력을 확보할 대책, 경제블록화하는 각국 이해관계에 따른 역학변화 등도 감안해야 한다.

 IT는 물론 미래 경제의 새롭고도 강력한 동인으로 떠오른 바이오·환경·우주항공 등의 첨단산업에 대한 관심도 결코 가볍게 할 수 없다. 무뎌진 각오를 새로이 함은 물론 창조적 정신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다시 성공신화를 창출할 대상과 통로는 무궁무진하다.

 올 한해 우리는 열린 자세로 세계화를 실현하고 초일류 IT국가로 거듭남과 동시에 통일IT한국의 초석을 다져야 하는 소명을 부여받았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