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정보기술 분야 남북 교류·협력사업은 괄목할 만한 진전과 성과를 이뤘다. 특히 민간기업 부문에서는 남북 첫 합작 IT회사 설립을 비롯해 평양내 남북 공동 IT협력산업단지 조성, 북한내 컴퓨터 모니터 첫 판매 개시 등 굵직한 결실을 맺었다.
◇남북 첫 IT합작회사 개소=남한의 하나비즈닷컴과 북한의 평양정보쎈터는 공동으로 지난해 8월 중국 단둥에 분단사상 첫 남북 IT합작회사인 ‘하나프로그람센터’를 개소했다.
이상산 하나프로그람센터 사장은 “현재 평양정보쎈터 연구원 11명이 파견돼 다산인터네트 등 남한 IT벤처기업들과 공동으로 네트워크 장비 소프트웨어·다국어 입력프로그램·애니메이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개발한 제품을 남북한은 물론 동북아 시장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또 북한 IT인력 양성을 위해 부설 교육원에서 1차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29명의 북한 인력을 대상으로 남한 전문가들이 IT전문 교육을 실시했으며, 올 1월 중 북한 신규인력 대상으로 2차 교육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센터는 지난해 2월 남북간에 합의한 단둥-신의주 IT단지 조성 계획에 따라 사업규모가 확대되면 장차 북한 신의주에도 진출하다는 계획이다.
◇평양 남북IT협력산업단지 조성 착수=엔트랙은 북한 광명성총회사와 공동으로 올해안에 평양시내 락랑구역 부근에 2만6000평 규모의 남북IT협력산업단지 ‘고려정보기술센터’를 조성, 운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엔트랙은 지난해 8월과 11월 2차에 걸쳐 한신코퍼레이션·토미스정보통신·한국능률협회인증원·글로벌웹·버츄얼산업개발원·알에프티엔씨·기흥성·안다미로·윈데이코리아·웹누리·피앤피이데아 등 단지 입주를 희망하는 남한의 IT협력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 북측과 게임·애니메이션·전자상거래솔루션·3차원모형 등을 공동 개발키로 합의서를 교환했다. 임완근 엔트랙 사장은 “오는 3월중 연구개발을 위한 총 8개 건물이 준공되는 대로 남한 기업들이 입주해 북측과 공동개발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민간 IT기업의 활약=지난 98년부터 북한 평양에 모니터 생산공장을 운영해온 아이엠알아이는 지난해 11월 분단사상 처음으로 북한에서 생산된 컴퓨터 모니터를 북한 내수시장에 직접 공급했다. 유완영 대표는 “그동안 외국에서 모니터를 들여온 북한은 앞으로 평양 공장에서 공급받게 됨으로써 비용을 4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 3월부터 북한의 조선콤퓨터쎈터와 공동으로 중국 베이징에 개발센터를 운영해온 삼성전자는 1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 훈민정음 기반의 ‘통일워드’ 테스트 버전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또 모바일 솔루션 개발을 공동 진행하는 한편 임베디드 리눅스 등으로 협력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산인터네트는 지난해 7월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평양시내 20개 기관에 2Mbps급 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망을 시범적으로 구축·운영하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키로 정식 합의하고 중국 하나프로그람센터에서 개발을 진행중이다.
애니메이션 분야의 경우, 민족네트워크가 지난해 8월 초 북한의 평양정보쎈터와 애니메이션 공동제작 협력계약을 체결하고 북한의 4·26아동영화촬영소의 전문인력을 활용해 TV시리즈 104편과 극장용 1편 등을 제작키로 했다. 하나로통신도 3차원 스폿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의 후반부 16편의 메인 프로덕션을 북한측에 맡겨 진행중이며 에이콤프로덕션은 극장용 장편 ‘왕후 심청’의 원·동화 제작을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하고 있다.
◇남북 공동 ‘평양정보과학기술대학’ 설립 착수=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은 지난 3월 북한 교육성과 평양에 과학기술분야 대학인 ‘평양정보과학기술대학’을 설립, 운영키로 합의했다. 2003년께 첫 개설하는 박사원(대학원) 과정은 IT·BT·MBA·교양 과정 등으로 구성된다.
초대 총장에 임명된 김진경 중국 옌볜과학기술대학 총장은 “북한이 북측의 고급인력 100명과 한국 및 해외동포 과학기술인력 100명 등 모두 200명이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과학기술센터의 대학내 설치를 요청해왔다”며 “센터에 남한의 출연연들이 분원 설립으로 입주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IT연구기관간 협력=포항공대는 지난해 5월 북한의 평양정보쎈터와 가상현실 분야를 비롯해 IT 및 과학기술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 일환으로 포항공대는 지난해 11월 하나프로그람센터에서 북한 IT인력을 대상으로 가상현실 프로그램에 대한 강습을 실시했다.
지난해 7월 방북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조영화 원장도 최근 북측과 과학기술정보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과학기술 문헌 데이터베이스(DB) 공유와 그리드 컴퓨팅 개념을 도입한 남북 정보자원 공동 활용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학술 및 도서 교류=남북한 정보처리·국어 전문가들은 지난해 2월 중국 옌지에서 ‘제5차 코리안 컴퓨터처리 국제회의(ICCKL)’를 개최하고 컴퓨터 자판 배열과 한글 자모순서, IT용어 등에 관한 남북 공동안을 마련했다.
한편 통일IT포럼은 지난해 4월 북한 평양정보쎈터로부터 컴퓨터·네트워크·프로그래밍·멀티미디어·서체·코드 분야에 걸쳐 200여종의 IT전문도서 기증을 정식 요청받고 지난해 7월과 11월에 도서를 북측에 전달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주요 남북 IT교류협력 일지
남북정상회담 개최(2001.6.13∼15, 평양) 및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남북 합작 ‘코리아남북교역센터’ 설립(2000.7.18, 중국 단둥)
엘사이버, 평양프로그램교육센터 설립(2000.9, 평양)
제1차 남북경제협력실무접촉(2000.9.25∼26, 서울)
제2차 남북경제협력실무접촉(2000.11.8∼11, 평양)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차 회의(2000.12.28∼30, 평양)
하나로통신,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애니메이션 공동제작 계약(2001.1.30)
김정일 국방위원장,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 방문(2001.1.17)
제5차 코리안 정보처리국제학술회의(2001.2.21∼24 중국 옌지)
남북, 평양정보과학기술대학 설립 합의(2001.3 평양)
남북IT교류협력사업단 제1차 방북단 평양 방문(2001.2.7∼11)
남북IT교류협력사업단 제2차 방북단 평양 방문(2001.3.27∼31)
남북IT교류협력사업단 제3차 방북단 평양 방문(2001.4.21∼25)
남북IT민간협력협의회 창립(2001.4.27 서울)
통일부, 하나비즈·엔트랙 남북 협력사업 승인(2001.5.2)
북한, 통일IT포럼에 남한 IT도서 기증 요청(2001.5.8)
포항공대, 평양정보쎈터와 과학기술 공동연구계약 체결(2001.5.9, 중국 단둥)
남북 첫 IT합작사 ‘하나프로그람센터’ 설립(2001.5.10, 중국 단둥)
남북IT교류협력사업 제4차 방북단 평양 방문(2001.7.24∼28)
다산인터네트, 삼천리총회사와 평양시내 네트워크시범 구축 합의(2001.7.27, 평양)
민족네트워크, 평양정보쎈터와 애니메이션 공동제작 합의(2001.8.1, 단둥)
홍창선 KAIST원장, 조영화 KISTI 원장,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진경 옌볜과기대 총장 등
과학기술계 인사 평양방문 (2001.7.28∼31)
평양 ‘고려정보기술센터’ 입주예정 1차 IT기업 대표단 방북(2001.7.31∼8.4 )
하나프로그람센터 부설 ‘하나소프트’ 및 ‘교육원’ 개소(2001.8.2, 단둥)
평양 남북IT산업단지 고려정보기술센터 착공(2001.10, 평양)
삼성전자, 조선콤퓨터쎈터 공동개발한 ‘통일워드’ 시험버전 출시(2001.10)
아이엠알이, 평양공장서 생산한 PC모니터 북한내수 판매개시(2001.11, 평양)
통일IT포럼, 북한에 IT도서 전달 (2001.11)
평양 ‘고려정보기술센터’ 입주예정 2차 IT기업 대표단 방북(2001.11.24∼27)
하나프로그람센터 1차 북한인력 IT교육과정 완료(2001.12.20, 단둥)
남북IT교류협력사업 제5차 방북단 평양 방문 예정(2002.1)
평양 ‘고려정보기술센터’ 연구개발 8개동 완공 예정(2002.3)
◆<인터뷰>- 유완영 아이엠알이 회장
“평양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생산한 컴퓨터 모니터의 북한 현지판매와 북한으로부터의 경화결제 사례는 이제까지 일방적 투자로 일관돼온 남북경협이 앞으로 모두에 이익이 되는 윈윈관계로 전환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98년 북한과 공동으로 평양에 모니터 공장을 설립해 운영해온 아이엠알아이의 유완영 회장은 “평양 모니터 공장을 꾸준히 가동해 오면서 기술이전을 통해 북한 기술력이 향상되고 불량률도 현저히 낮아졌다”며 “북한의 올 한해 PC수요가 2만4000대로 예상되는 가운데 평양 공장에서 모니터를 독점 공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20여 차례의 방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유 회장은 경협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것으로 주위에서 평가받는 데 대해 “무엇보다 계획에 바탕해서 수요와 공급을 맞춰온 것이 주효했다”며 “그동안 대북 경협사업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국내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한도까지만 투자해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는데다 우수한 기술인력도 많고 인건비도 저렴합니다. 남한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도 북측의 IT기술인력을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 회장은 북한 인력이 개발과제가 주어지면 밤을 새워서라도 계획된 시간내에 일을 처리할 정도여서 소프트웨어 개발분야 협력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 회장은 여전히 각종 법률적·제도적 제약이 남북 경협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기업들이 북한과 실질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판문점에 컨테이너 야적시설을 마련해 기업의 물류비와 시간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게 당장 필요하죠. 또 지난해 남북 당국간에 서명된 남북경제협력 4개 합의서도 빠른 시일 내에 발효돼 남북한간 상거래의 제도화가 속히 이뤄져야 합니다.”
새해를 맞아 대북 IT협력사업의 분야와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는 유 회장은 “대북 경협에 나서는 기업에는 하나의 사업에서 성과를 낸 다음, 단계적으로 다른 목표에 접근해가는 게 요구된다”며 남북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협모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